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서구 이슬람교도 여성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끌리는 이유는 서구 사회에서 느끼지 못한 ‘공동체 소속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킹스대학의 캐서린 브라운 교수는 8일 BBC 방송 온라인판 기고문에서 “IS전사와 결혼하는 것이 강한 정체성을 주고 더 넓은 공동체인 ‘움마(이슬람 공동체)’에 소속된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서구 이슬람교도 여성들의 IS 합류 시도는 미국, 영국 등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IS에 가담하려던 미국인 여성이 뉴욕 자택에서 체포됐고, 그 전날에도 폭탄을 제조해 테러를 기도한 미국인 여성 2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IS의 동영상을 보고 테러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들어가 IS에 가담하려고 시도한 영국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월에는 캐나다 여대생 2명이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에 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브라운 교수는 “IS에 가담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서구의 자유주의 가치를 거부했다”면서 “유럽 내 젊은 이슬람교도들은 현지 사회를 위협하는 이질적인 위험분자로 간주돼 미래에 대해 희망을 좀처럼 품기 어려운 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 사회는 무슬림 여성에게 ‘인권·페미니즘’과 ‘전통·신앙’ 가운데 한쪽을 고르라고 강요한다”며 “두 가지를 동시에 다 갖는 것은 모순이라고 여긴다”고 밝혔다.
IS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면서 서구에서 여성의 지위에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다고 브라운 교수는 진단했다. IS는 가사 노동과 유급 노동의 이중적 속박, 성폭행·포르노 문화, 인종주의 문제 등을 제기한다.
하지만 브라운 교수는 IS가 페미니스트는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의 기고문에 따르면 IS는 서구 페미니즘을 배격하고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지 않다”고 가르치며 여성에게 여행이나 직장일, 외부활동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의 아내들은 “여성 개개인의 가사, 육아, 결혼은 다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IS 안에서 개인적 욕구는 ‘좋은 삶’, ‘공통의 목적’이라는 더 큰 개념과 결합하는 것이다. 시리아 내 영국 전사의 아내 빈트 누르는 지난해 “여성은 남자를 세우고 남자는 움마를 세운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바로 이 부분에서 서구 이슬람교도 여성들이 IS에 매력을 느낀다. 브라운 교수는 “IS에 동참하는 여성은 ‘건국의 어머니가 된다’는 꿈이 제시된 반면 서구에서는 이슬람교라는 이유로 감시받으면서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면 ‘급진적이다’라는 오해를 사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그는 “IS에 맞서기 위해 단지 그들의 종교적 이야기 전개를 반박하고 경찰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슬람교도 여성의 두려움과 희망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의 이슬람 공포증과 이들에 관한 물질적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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