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4·29 재·보궐선거의 막이 올랐다. 이번 4월 재·보선은 박근혜 정부 3년차 정국주도권 향배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통한다. 국회의원 재·보선은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인천 △광주 서구을 등 4곳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인 만큼 20대 총선의 전초전 성격을 가질 전망이다. 아주경제는 △스윙보터 △프레임 전쟁 △일여다야(一與多野) △세대별 투표 △이슈파이팅 등 재·보선 변수를 통해 전체 판세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
“Again 2010년 6·2 지방선거냐, Again 2012년 대선이냐.”
4·29 재·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을 시작한 9일 여야는 저마다 지지층 표심 잡기에 돌입하며 필승을 향한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박근혜 정부 3년차 상반기 최대 승부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통상적인 재·보선이 30% 안팎의 낮은 투표율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부 당락은 여야의 ‘지지층 유인책’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여권 성향인 ‘5060세대’(60대 이상 포함)와 야권 성향인 ‘2030세대’(19세 포함) 중 어느 쪽이 투표장으로 더 나오느냐가 정국주도권의 향배를 결정짓는다는 얘기다. 40대는 캐스팅보트(결정권)다.
◆세대투표율, MB정부 이후 핵심 변수로
세대별 투표율이 선거의 핵심 변수로 등장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다. 그 이전까진 단순히 투표율이 낮으면 여권,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이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로 굳어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1년차 때 발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집회를 기점으로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2.0’ 담론이 출현하자 2030세대의 정치참여가 급증했다.
실제로 2010년 6·2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4.5%로, 4년 전(51.6%) 대비 2.9%포인트 높았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1995년 68.5% △1998년 52.7% △2002년 48.8% 등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세대별 투표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10년 6·2 지방선거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세대별 투표율은 △19세 47.4% △20대 41.1% △30대 46.2% 등으로, 40%대를 웃돌았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19세 37.9% △20대 33.9% △30대 41.3% 등과 비교하면 5~10%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이다.
반면 보수성향인 5060세대는 물론 캐스팅보트인 40대 투표율은 하락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55.4%, 68.2%, 70.9%를 기록한 4060세대는 2010년 지방선거에선 55.0%, 64.1%, 69.3%를 각각 기록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을 비토하던 2030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No Vote? No Kiss!(투표 안 한 애인에게 키스해주지 마라)’와 ‘백욕이불여일표’(百辱以不如一表·정치인을 100번 욕하는 것이 투표장에서 1표를 행사하는 것만 못하다는 의미) 캠페인을 벌였다.
◆위기 느낀 5060세대, 18대 대선판으로
2030세대의 외연 확장성에 위기를 느낀 5060세대의 ‘표 결집력’도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박근혜(대통령) 대 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양자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2030세대를 압도했다.
50대와 60대는 당시 82%와 80.9%를 기록하며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5060세대는 2007년 대선 땐 76.6%와 76.3%를 기록했다. 직전 대비 5.4%포인트, 4.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2030세대는 68.5%와 70%로, 50대를 밑돌았다. 2030세대 투표율은 17대 대선과 비교해 13.8%포인트~22.8%포인트 상승했지만, 5060세대의 표 결집도가 소폭 상승하자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캐스팅보트인 40대 투표율은 75.6%였다.
관전 포인트는 20대 총선의 전초전인 4·29 재·보선의 ‘투표 유인성’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건재한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전면 등장과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의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로 판이 한층 커진 상황이지만,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선 특성상 투표율이 30%대 초·중반에 머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미니 총선으로 불린 7·30 재·보선의 투표율도 32.9%에 그쳤다. 나경원 당시 새누리당 후보(서울 동작을)와 손학규 당시 새정치연합 후보(경기 수원병),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전남 순천·곡성)의 등장과 역대 최고였던 사전투표율(7.98%)에도 불구하고 당일 투표율은 예상치를 훨씬 하회했다.
특히 이번 재·보선의 경우 여야 모두 전략공천을 피한 탓에 ‘인지도 낮은’ 후보군이 즐비한 점도 낮은 투표율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한 범야권의 분열로 여야 외에 ‘야야’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 지지층 일부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수는 있다. ‘은폐형 부동층’으로 불리는 숨은 표다. 통상적으로 5∼10% 안팎을 차지하는 이들이 투표장으로 나올 경우 막판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막판 진영 간 대결로 치달으면서 전 지역이 3∼5%포인트 이내 승부로 좁혀진다면, 판세는 더욱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재·보선이 일부 지역에서 치러지는 상황에서 야권분열이 야권 지지층의 투표 의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또한 현 정권 임기 중반에 선거하는 만큼 여권 지지층의 결집력도 이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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