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대표적 ‘앙숙’ 국가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최근 예멘 사태와 핵협상 잠정 타결 등으로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때아닌 성추행 의혹까지 불거져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달 초 이란 10대 중반 소년 2명이 사우디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길에 제다 공항 출국 검색대에서 공항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이란 외무부가 밝히면서 해당 사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이란 외무부는 이들 소년이 금속탐지기를 통과할 때 경보음이 울리자 사우디인 공항 직원 2명이 소지품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 주재하는 사우디 대사 대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어 8일 외무부는 해당 직원을 이란으로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우디 정부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제다 주재 이란 총영사관은 사우디 법원에 공항 직원 2명을 제소했다.
이 같은 이란의 후속 조치에도 성추행 의혹 사건의 여파는 일파만파 퍼졌다. 11일 주테헤란 사우디 대사관 앞에 이란 시민 수백명이 모여 대사관 철수와 메카 성지순례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양국은 이란 핵 협상에 심기가 불편한 사우디가 예멘 시아파 반군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깊은 갈등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성추행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들 공항 직원을 체포했다고 밝혔으며, 이란의 소환 요구 등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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