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4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재보궐 선거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지원금 명목으로 3천만원을 줬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신중한 분위기 속에서 물밑 수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성 전 회장은 2013년 4월 24일 치러진 보궐선거 당시 선거사무소에서 충남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 총리에게 3천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 없다"는 이 총리의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의혹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검찰로서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액수는 물론 돈을 주고받았다는 장소까지 공개되면서 검찰이 이 의혹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소 바뀌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 총리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공소시효가 5년가량 남아 있어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처럼 공소시효 걸림돌은 없는 상태다.
수사의 관건은 목격자나 돈의 전달자가 있는지 여부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성 전 회장이 직접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돈을 전달한 것으로 돼 있는데 함께 동행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선거사무소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총리의 오락가락 해명도 의혹을 더욱 더 증폭시킨 주요 원인이다.
이 총리는 '성완종 메모'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10일 "성 전 회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며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이 총리측은 특히 성 전 회장이 주도한 충청출신 모임인 '충청포럼'에 이 총리가 정치인 중에선 이례적으로 가입하지 않았고, 이 총리가 충남지사 시절엔 경남기업이 충남도를 상대로 소송을 한 점을 내세워 친분이 깊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총리가 충청포럼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충청포럼이 총리 인준 과정에 이 총리를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 수천장을 충청지역에 내거는 등 이 총리를 적극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이 총리가 태안군의회 의원들에게 15차례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추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국무총리실은 “이완구 총리가 신문 보도를 보고 평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에게 전화해 (성 전 회장 사망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보도 내용이 맞는지를 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13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에서 "지난 2012년 12월 대선 당시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당시 이 총리가 지원 유세에 참여했다는 사진이 공개돼 이 총리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당에서 충남 명예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 2∼3차례 유세장에 갔지만 투병 중이어서 지원 유세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말 논란' 으로 이어졌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미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만약 3천만원 수수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총리직을 온전하게 수행하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이완구 총리 사퇴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 전에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정회 후 기자들과 만난 “돈 받은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총리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국민 여론도 악화된다면 이 총리가 결국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