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서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 확대 발언이나 김영수 서강대 교수의 교육과정평가원 선임이 대학 중심의 교육 정책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육 정책에 대학 측의 입김이 커지면서 교육분야 전문성이 중시돼야 하는 교육과정평가원장에 입학처장 출신의 김 원장을 선임한 것이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보다는 대학의 선발권을 강화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17일 “대통령의 대학 선발 자율화 발언이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아 평가하기 뭐하지만 대입 간소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학교교육정상화로 방향을 잡고 정착이 제대로 되기 전인데 다시 대학 자율권 얘기를 시작하면 본고사 허용은 아니라고 하지만 과거 학교정상화와 반대 방향으로 회귀하는 흐름으로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며 “수능과 초중고 교육과정을 관장하는 자리인 평가원장에 대학쪽의 입학 업무를 보던 사람을 앉혔다는 것은 그런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교육정상화와는 안 맞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입학처장으로서는 대학의 입장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 중점을 두기 마련으로 변별력 있는 문제를 제시하면서 점수가 나은 학생을 고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으로서는 학교 내신을 불신하면서 별도의 변별력을 줄 수 있는 전형을 통해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는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이 교육학 전공 전문가들과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은 문이과통합 교육과정 결정 등 학교 교육과정상의 중요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문이과통합 교육과정에 대한 고시 결정을 앞두고 이를 반영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 입학처장 출신이 평가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교 교육 과정의 정상화 보다는 수능의 선발 기능 강화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가 산업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이공계 중심의 정원 구조조정 지원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것 역시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보다는 이름 그대로 산업계의 수요와 이에 부응하는 대학의 요구와 선발권 강화로 이어지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나온 편협한 정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교육 정책의 흐름이 초중고 등 교사 보다는 고등교육의 입김이 정책당국에 영향을 끼치면서 상대적인 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 그래도 교육과정이 수능에 지배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학교교육과정 정상화 흐름에 역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능에서도 입학처장 출신의 평가원장이 취임하면서 대학 선발을 위한 변별력이 강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 원장은 취임하면서 수능과 관련해서는 전년 대비 같은 기조로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수능의 수요자인 대학측 시각이 몸에 밴 상황에서 과연 말 그대로 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제기된다.
이처럼 최근 교육 당국의 움직임이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의 입장에만 경도되면서 학교 교육 정상화와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대학 선발권 자율 관련 언급은 대학 자율성 차원에서 나온 일반론적인 얘기"라며 "평가원장 선임은 교육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신임 원장이 전통적인 교육 전문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학 교육과 고교 교육이 연계선상에 있어 입학처장을 오래 하면서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교육 전체의 틀을 놓고 보면 연속성이 있지 않나 한다”며 “이전에 교육 전문가가 아닌 행정 관료가 원장을 연임한 적이 있을 정도로 수능 안정화 등 공공기관의 경영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내부에 전문가들도 많아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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