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우리 정부가 16일(현지시간) 일본에 대한 ‘투 트랙’ 원칙을 한·미·일 외교무대에서 공식 확인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나가되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는 협력을 강화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코노믹타임스 등 보도에 따르면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미·일 3자 외교차관 협의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조 차관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과거사 문제에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북한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는 협력을 증대시켜나갈 것”이라며 “양측 간에 갈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기존에 표방해온 ‘투 트랙’ 원칙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미국의 적극적 ‘중재’에 따라 외교정책을 유연하게 전환해 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 차관은 특히 사이키 차관과의 한·일 양자 협의에서 일본이 역사문제에 올바른 자세를 갖지 않을 경우 협력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점을 단호하게 말했다고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날 전했다.
또 조 차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말 미국 방문 때 올바른 역사인식을 담은 메시지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사이키 차관은 “아베 총리가 나름대로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고 밝히면서도 오는 29일로 예정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사이키 차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며 “우리도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으며 아베 총리가 공개적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견해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사이키 차관은 이어 “한국과 일본은 지난 50년간의 양국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은 지난 50년간 매우 긍정적인 관계를 보여왔으며 이를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켜나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이날 3자 협의회에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력히 표명했으나 미국과 일본 측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정부 고위당국자는 밝혔다.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회동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일 과거사 갈등을 중재하고 3국 안보협력을 복원하려는 미국 측의 적극적 중재로 성사됐다. 3국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외교차관 협의회를 정례화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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