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 유찰, 고심 깊어지는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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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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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의계약·재입찰 갈림길… 그룹 재건 일정 차질 불가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금호산업 본 입찰이 사실상 유찰로 결론나면서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고가 깊어지고 있다.

매력적인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혔던 금호산업 매각이 한차례 무산돼 향후 절차에 대한 여러 가지의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채권단의 고심이 거듭되면서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 박 회장의 그룹 재건 일정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인 산은은 지난 28일 본입찰에서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종 유찰여부는 내달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호반건설의 입찰이 무산된 이유는 당초 채권단이 예상한 입찰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써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호반건설은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57.5%(약 1955만주)의 지분에 대한 가격으로 6007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의 보유 지분은 현 주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4000억원대 중반 수준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점이 고려돼 예상가격은 한때 1조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채권단은 매각 적정가격으로 9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의 단독 입찰이 무산됨에 따라 채권단은 재입찰 또는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확실시되는 박 회장과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입찰가의 협상 여지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에서 좀 더 올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금액으로 조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재입찰 가능성도 열려있다. 본입찰에 빠졌던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나 대기업 등이 다시 참여한다면 다시 흥행을 노려볼 수 있다. 단 흥행이 부진할 경우 오히려 추가 하락 등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시나리오가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든 이번 금호산업 본입찰 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하던 박 회장의 그룹 재건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채권단은 어떤 형태로든 지분 매각가격을 호반건설 입찰가보다 높일 것으로 예상돼 이번 유찰이 박 회장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만약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면 박 회장은 이 금액을 기준으로 경영권 지분 50%+1주를 약 5300억원에 되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결정한 금호고속의 지분을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인수주체 중 하나로 금호산업을 내세웠다가 채권단의 반발을 받은 바 있다.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경영권을 확보한 후 금호고속 인수까지 노려볼 수 있었겠지만 일정이 다소 어긋나게 된 것이다.

한편 이번 입찰에서 돌풍의 핵으로 작용한 호반건설의 향후 대응 또한 변수로 지목된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금호산업 주식을 사들이면서부터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다. 입찰 준비 과정에서 매각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시장 가격을 낮춰 박 회장에게 유리한 입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반건설이 박 회장의 ‘백기사’인지 여부가 아직 확실하지 않아 향후 재입찰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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