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 브랜드로 운영 중인 현장시장실을 탈북주민 삶의 공간으로까지 확장한다. 대외적인 소통의 보폭을 넓혀 '친근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탈북민과 함께 어울려 따뜻한 삶을 누리는 '함께 서울' 실현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 현장시장실' 개최를 준비 중이다. 낯선 환경에서의 체계적 생활안정과 이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도록 자부심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당장 일정은 올 5~6월 중으로 잡았지만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서울시의 현장시장실 설치(안)을 보면 교육과 주거 등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뉜다.
먼저 교육과 관련해 남산 부근(중구 소파로)에 자리한 여명학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서울시 유일의 북한이탈 청소년을 위한 학력인정 대안학교다. 2004년 9월 문을 열었지만 5년 6개월이 지난 2010년 3월 고등과정만 학력이 인정됐다. 이외 중학교 위탁과정 1개 학급과 미인가 1개 학급이 있다.
학교는 운동장을 갖추기는 커녕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 1개 동을 임대해 수업이 열린다. 학생들은 SH공사, LH 등이 소유한 시내 6곳의 아파트를 기숙사로 쓰고 있다. 특히 작년까지 정부 등 공공보조가 없어 일반후원금에만 의존하며 학교를 꾸려왔다.
앞서 학교 측에서도 박원순 시장에게 체계적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는 면적의 대체부지를 요구한 바 있다. 서울시는 법령이 정한 기준에 근거해 행정·재정적 도움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으로 매입형(단독) 임대주택 제공으로 분산된 기숙사를 통합하고, 학교부지는 시소유 일반재산의 유상임대 형태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교육적 현안이 교육청의 고유업무인 탓에 전면으로 나서는데 부담은 있지만, 향후 업무협조로 원활히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장시장실은 이어 북한이탈주민의 집단거주지로 장소를 옮겨 차려질 전망이다. 250여 가구가 몰린 신정·양천아파트가 유력하다. 해당 임대단지는 지하철 차고지를 덮어 지어진 곳으로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박원순 시장은 이 자리에서 입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차후 해결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더울어 탈북주민의 고령화로 인한 홀몸어르신, 만성질환 등 사회적인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열정은 민선 5기 후반때부터 드러났다. 2013년 말 이들의 정착지원 종합대책을 지차체 가운데서 처음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관련업무가 국가사무란 이유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미비했다며 동주민센터, 보건소 등 각종 인프라를 활용해 정착을 적극 돕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많은 분야에서 취약계층인 북한이탈주민을 따뜻한 배려로 보듬는 게 가까운 미래 통일에 준비하는 자세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유관·민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고 방문 일정도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2013년 6월말 기준으로 서울 거주 탈북민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6396명(전국의 27.7%)으로 매년 400명씩(연 평균)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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