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이정주 기자 =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민원평가등급에서 5등급(매우 미흡) 평가를 받은 금융사들이 이같은 사실을 홈페이지에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배너를 통해 등급을 공시하고 있는데 비해 '꼴찌' 등급을 받은 금융사 중 일부가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없도록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 금융회사의 민원평가등급을 발표하면서 예년과 달리 올해는 1등급을 받은 금융사만 발표하고 나머지 금융사들은 지난 8일까지 개별 홈페이지에 이를 자율 공시토록 했다. 하지만 하위 등급을 받은 일부 금융사들은 이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재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
은행권에서는 NH농협·한국씨티·한국SC은행 등 3곳이 5등급을 받았다. 농협은행의 경우 홈페이지 초기화면 왼쪽 하단 '새소식' 란에 민원발생 평가등급에 대한 내용이 게재돼 있다. 그러나 오른쪽 상단에 크게 '우수 콜센터 선정' 배너를 배치한 것과 달리 민원등급 공지는 특별히 관심이 있는 이용자가 아닌 한 발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씨티은행은 홈페이지 하단 공지사항란을 통해 슬라이드 구조로 민원등급을 공시, 15초에 한 번씩만 노출시키고 있다. 의도적으로 찾아서 클릭하지 않는 이상 민원등급을 쉽게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5등급을 받은 한국SC은행 홈페이지는 앞서 두 회사와는 달리 공지사항이 아닌 초기 화면에 민원발생평가 내용이 게재돼 있다. 다만 초기 화면 자체가 매우 커 스크롤을 내려야만 왼쪽 하단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찾아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이외에 4등급인 KB국민은행도 홈페이지 초기화면의 공지사항에 내용을 배치했다. 2등급(양호)에 선정된 외환은행이나 IBK기업은행이 초기화면에 붉은 글씨로 잘 보이게 등급을 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등급에 따라 내용 공개에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의 경우 동양·KB·KDB·PCA·DGB·ING생명과 MG손해보험, 현대하이카다이렉트, AIG손보가 5등급을 받았다. 이중 MG·AIG손보와 동양생명, ING생명, KB생명, KDB생명, PCA생명은 홈페이지 메인에 배너를 통해 등급공시를 하고 메인 화면에 있는 공지사항에도 이를 게재했다.
하지만 DGB생명은 메인 화면에서 등급 공시를 찾을 수 없다. 이들은 공지사항에 공시를 했지만 공지사항란 역시 메인에 표시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홈페이지상에서 직접 메뉴를 찾아 들어가야만 등급 확인이 가능하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경우에는 메인에 배너를 통해 따로 등급표시를 하지 않고 공지사항에만 게재했다. 같은 5등급을 받은 보험회사지만 공시 방법은 제각각인 셈이다. 5등급을 받은 롯데카드도 공지사항을 통해서만 등급 공시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원평가등급을 공개하면서 본의 아니게 하위 등급에 선정된 금융사들에 대한 부작용이 많아 올해 마지막 평가에서는 방식을 조정했다"며 "감독기관이 강압적인 간섭을 하기 보다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기조로 바뀌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방침에 따라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등급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은 금융사에 대해서는 따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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