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한국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가파른 엔저에 따른 대응책이 필요한 데다 경제 지표들이 뚜렷한 경기 개선 신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 금융그룹 노무라는 엔저 등으로 인해 한국 수출 감소세가 한층 심해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이달 한국의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1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 증가율은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1%을 기록, 올 들어 갈수록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또 중국 수요가 계속 둔화하는 가운데 한국 수출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점도 일본보다 한국 수출에 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도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과의 환율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한국 통화당국의 정책 대응이 수반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음 달 금리가 인하된다면 원화 약세의 긍정적 효과가 (수출에서)극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부진은 이주열 한은 총재도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총재는 지난 26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금년 4월까지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5월도 20일 정도까지의 추이를 보면 4월과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주요 선진국은 수출의존도가 10%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3%정도"라면서 "수출 의존도가 크다보니 수출 부진이 경기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수출 탓에 경기개선 탄력도 미약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지난 1월 1.9% 떨어졌다가 2월 2.2% 반등했으나 3월(-0.5%)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소비가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수출 부진으로 생산이 저조했다.
그나마 저유가 덕에 소폭이나마 개선세를 보였던 기업 체감경기도 4개월 만에 꺾였다. 한은의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의 5월 업황BSI는 75로 전달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이달엔 수출 부진에 영업일수도 줄어 제조업 BSI 지수가 하락했다"며 "내수기업 중에도 수출기업에 부품과 소재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많아 수출부진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지표들이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는 이상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가 새로 입수되는 경제지표 결과가 성장전망에 부합하는지 평가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제지표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금리인하 기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던 원·엔 재정환율은 일단 하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기준 100엔당 894.58원을 기록했다. 전일에는 장중 최저 892.76원까지 떨어져 2008년 2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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