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미국 연방 검찰이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의 ‘오른팔’이자 2인자인 제롬 발케(55) FIFA 사무총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아무 혐의를 받지 않고 있는 블라터 회장도 수사선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검찰 공소장을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2010년 월드컵 본선 개최지로 선정되기에 앞서 2008년 북중미·카리브해 집행위원들에게 FIFA를 통해 1000만달러(약 111억4400만원)를 지급했다’고 적시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공소장에서 신원은 밝히지 않은 채 ‘FIFA 고위 임원’이 1000만달러를 잭 워너 당시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공소장에는 이 고위 임원이 이 돈을 뇌물로 인지하고 있었는지,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 또는 워너와 공모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인 워너 전 FIFA부회장은 비리 스캔들의 주요 인물로 지목돼 기소대상이 된 14명 중 1명이다. 미 검찰에 따르면 2010년 월드컵 선정 당시 FIFA 집행위원이던 워너 전 부회장은 100만달러를 주겠다는 모로코 대신 1000만달러를 제시한 남아공을 택했고 그 대가로 남아공을 차기 개최지로 밀어줬다. 워너 전 부회장은 FIFA 고위 임원에게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로 가서 남아공 월드컵 유치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주는 1만달러 지폐묶음이 든 서류 가방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이 인사는 돈 가방을 받은 뒤 트리니다드토바고로 날아와 워너 전 부회장에게 이를 전달했다.
발케 사무총장이 미 검찰의 기소 대상 14명에 포함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검찰 관계자들은 1000만달러를 보낸 ‘FIFA의 고위임원’이 발케 총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이에 발케 총장은 NYT에 이메일을 보내 “송금을 승인한 적이 없고 그런 권한도 없으며 검찰로부터 아무 혐의도 받고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FIFA 규정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회계 관리와 금전 거래 승인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축구계에서도 무려 1000만달러를 보내면서 발케 총장과 블라터 회장이 그 성격을 전혀 몰랐다는 항변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사무총장은 FIFA의 세세한 행정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실무 총책임자로서 공과 사를 불문하고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발케 총장은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대외 활동을 위한 여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FIFA는 “현 상황 때문에 발케 총장이 (캐나다에서 10일 열리는) 여자 월드컵 본선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며 “발케 총장은 스위스 취리히에 남아 본부의 업무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나이별 대회에도 꼬박꼬박 참석하는 사무총장이 세계 여자 축구 최고의 축제인 월드컵 본선 개막식에 불참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