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전담병원 지정하고 신속한 확진검사·진료체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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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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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


- 전문가 참여 컨트롤타워 뒤늦게 구성
- 초기 밀착접촉 범위 좁게 잡은게 문제
- 의심·자가격리자 부실관리 사태 키워

- 전담병원서 통합관리 감염 확산 방지
- 부족한 감염병 예산·방역 인력 확충
- 발병 병원 공개로 사회적 불안 줄여야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속출과 국민 공포 확산은 정부의 잘못된 대처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전염력을 초기에 정확히 판단하지 못해 환자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됐다고 질타하고 있다. '메르스 괴담'을 키운 것 역시 정보 비공개의 결과물이란 게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4일 기존의 부처별 메르스 점검 체계를 관계부처 합동 점검반으로 격상해 운영키로 했다. 국내에 메르스가 들어온 지 16일 만의 뒤늦은 조치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메르스 대응 컨트롤타워인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도 전날에서야 결정됐다.

그동안 국내에는 36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3명이 숨졌다. 메르스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집이나 시설에 격리된 사람도 1667명에 달한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대응이 메르스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발생 초기 정부의 '밀접 접촉자'에 대한 정의부터 문제가 있었다"면서 "환자가 대거 발생한 B병원 특정 병동의 환자 전체를 밀접 접촉자로 판단했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염력이 약할 것이라는 정부의 안일한 판단이 사태를 키웠다"며 "감염 의심자 통제는 물론 자가 격리자 관리도 느슨해 환자가 급속도로 확대됐다"고 비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관리 부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 서울 1호선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감염병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을 막고, 기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전담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를 빨리 찾아내고 병원 내 감염을 막으려면 메르스 전담 병원을 지정, 환자가 여러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확진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에 필요한 물품의 충분한 공급과 검사체계 개선도 요구했다. 손 교수는 "병원에 마스크 등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할 물품을 선제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신속한 메르스 확진 검사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방역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제라도 인력과 예산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제라도 환자 발생 병원명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확인되지 않은 메르스 진료 병원·환자 인적사항 등이 모바일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메르스 확산차단과 국민안전을 위한 시민공대위'는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려면 정부가 감염 병원과 경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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