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성남 모란시장이 장날인 9일 임시 휴장한 가운데 시장 안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경기 불황에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까지 가세,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빚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특히 빚을 내 창업을 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숙박 및 음식점업에 대한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잔액은 37조7510억원으로 전년동기(33조6040억원)보다 12.3%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시설자금이 12조5600억원에서 15조90억원으로 1년 새 19.5% 급증했다. 이와 함께 도·소매업종에 대한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106조520억원에서 111조211억원으로 4.8% 늘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 역시 크게 증가했다. 1분기 말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취급기관의 숙박·음식점업 총대출 잔액은 7조6680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4760억원)보다 18.4%나 늘었다. 시설자금의 경우 7410억원에서 1조2180억원으로 무려 64.4%나 급증했다.
커피전문점, 치킨점, 식당 등 음식점과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매업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자금에 대출금을 더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대표적 업종에 속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사업체 조사 결과를 보면 50대 이상 창업은 2012년 125만5762개에서 2013년 139만8954개로 11.4%(14만3192) 늘었다. 특히 생계형 창업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의 경기 불황도 모자라 메르스까지 확산되면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 자칫 메르스 사태가 이대로 장기화돼 위축된 소비심리가 조기에 개선되지 않을 경우 자영업자들은 매출 타격은 물론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으로 생계가 무너지는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의 경우 평균 소득이 임금금로자에 비해 적고 경기 상황에 따라 수입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소비친화적 노동시장을 위한 고용구조 분석' 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임금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의 평균 소득 격차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큰 폭으로 차이가 났다. 2013년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2725만원으로, 임금근로자(517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치킨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8)는 "최근 메르스가 퍼진 이후로 주문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생활비에 자녀 교육비, 아르바이트 직원 월급 등을 챙겨주고 나면 이미 적자이기 때문에 대출이자도 제대로 못내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동의 둔화가 예상돼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나 재래시장 상인 등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최근 소폭이나마 개선되던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다시 위축되면 취약한 국내경제 여건에서 다시 소비 확대의 불을 지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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