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연일 청와대를 향해 일정 연기를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나 조정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가 7명으로 늘어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오는 14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訪美) 일정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사진=청와대]
새누리당 메르스 비상대책특위 위원장인 이명수 의원은 9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메르스 문제가 더 확산된다면 그런 문제(방미 연기)도 확실히 고려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책임지고는 있지만 시스템만 잘 구축됐다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데 자꾸 왜 대통령만 쳐다보느냐"고 야당을 질책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난 8일 "방미 연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며 "대통령이 국내에서 메르스를 퇴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려는 의지를 보여줘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도 원칙적으로 방미 일정 연기나 조정은 청와대의 몫이란 입장이나, 재고의 여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미 결정은) 청와대에서 할 일”이라면서도 “청와대나 외교부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하며 일정 조율 여지를 남겼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여부는) 청와대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만 했다. '당에서 청와대에 입장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총리라면 지금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해 어떻게 조언하겠느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현장의 상황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책을 생각해 보시는 게 좋겠다"며 일정 조율 여지를 시사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일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연기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일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연기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최고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면서 "다만 대통령께서 국민의 고통과 함께 한다는 성정만 가지고 계신다면 왜 지금 방미하는 것을 반대하겠나"라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언급하면서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 국민적 불안감은 커질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다음 주가 (메르스 사태의) 고비라고 했을 때 대통령께서 편히 다녀올 수 있겠는가"라며 "외교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이렇게 불안할 때 특히 정부의 잘못으로 불안할 때 대통령께서는 방미를 취소하시든지 연기하시든지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백군기 의원은 "현 상황에서 (방미는) 부모가 생사를 넘나드는 아픈 자식들만 남겨두고 집을 떠나는 것과 같다"며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방문은 청와대가 결정할 일이지만 박 대통령은 메르스 안전 종식을 위해 출국 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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