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첫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취임 2년을 맞았다. 그는 KAI의 전신인 대우중공업 항공부문 출신으로 지난 2013년 5월 21일 취임 한 후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 우선협상대상 업체선정, 매출 2배, 주가 성장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 사장은 15일 취임 2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직원들과의 간담회 내용이 실린 6월 사보에서 “대화의 창을 열고 ‘소통’의 끈을 놓지 말자”고 강조했다.
하 사장이 무엇보다 소통을 강조하는 데는 KAI의 출생의 비밀 때문이다. 1999년 KAI는 삼성항공, 대우종합기계, 현대우주산업 등 3사 항공부문을 통합해 설립됐다. 그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을 어떻게 이뤄 가느냐가 기업발전의 핵심으로 판단했다.
하 사장은 “기업문화가 일류여야 회사도 일류가 될 수 있다”며 “소통만이 일류 기업문화를 만드는 밑거름이다”고 말했다.
KAI는 202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세계적인 항공회사로 발돋움 하려는 비전을 선포했다. 하 사장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모멘트가 필요하다”며 “아무리 많은 물량을 수주해도 모두 소화하고 흡수해 자양분을 충분히 몸 전체로 발산 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소통을 강조했다.
그의 소통의 실천 방법으로 지난해 착공한 개발센터를 꼽았다. 큰 대형 사업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센터 신축을 결정한 것은 “용광로의 모든 쇳물을 부어 하나로 만들 듯 항공기동, 조립동, 2공장 등에 흩여져 있는 개발 인력들을 집중시켜 올해 가을부터 함께 시작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 사장은 취임 기간 2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건으로 ‘이라크 수출’을 떠올렸다. 당시 이라크 국가 상황이 좋지 않아 주위에서는 방문을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CEO가 앞장서서 힘든 길을 헤쳐 나가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믿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로 달려간 결과 국내 방산수출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인 11억 달러 이라크 경공격기 겸 훈련기 T-50IQ 최종계약을 성사시켰다. ‘강심장’으로 무장한 그의 현장경영이 통한 것이다.
하 사장은 “누리 알 말리키 총리 접견 시 ‘CEO가 직접 와 주어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지금은 후속지원 사업을 비롯해 공군기지 재건 사업 등 KAI에 큰 이익을 주는 고객이 됐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KAI를 둘러싼 경영환경이나 시장상황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임직원들이 너무 낙관적으로 인식해 노력을 안 해도 얻어지는 당연한 결과라 오판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는 하 사장이 KAI에 몸담으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떠났다가 돌아오기도 했으며 예정된 계약이 어긋나거나 사업개시가 무산되는 순간을 여러 차례 봤다. 두 차례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이끌어야만 했다.
LAH·LCH(소형민수·무장헬기) 사업의 본 계약을 앞두고 있고, 18조 규모 KF-X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주가가 껑충 뛰는 등 업계 분위기도 고무된 상황이다. 이에 ‘소통’을 기반으로 한 임직원들의 협조와 도움을 주문한 것이다. 그는 “개인적인 호불호와 실수로 인해 회사 의 경영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대화의 장을 통해서 내부에서 풀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사장은 ‘KAI맨’으로의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KAI에 몸담는 날까지는 사심 없이 회사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 또 지금 진행하고 있는 대형 사업뿐만 아니라 그 다음 사업을 찾는 진정한 리더이자 기업의 CEO가 되고 싶다. 하 사장은 “나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전문 경영인”이라며 “후배들이 있는 회사를 떠나서도 자랑스런 선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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