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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수의견’ 김성제 감독 “연기 못하는 배우는 없죠…놀이터를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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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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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의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김성제(45) 감독은 영화계에 입문한지 오래됐다.

지난 1997년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과 ‘넘버3’의 마케팅을 맡은 바 있는 김성제 감독은 이후 ‘간첩 리철진’과 ‘현대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지난 2005년 ‘혈의 누’는 프로듀서와 함께 첫 각본을 맡은 작품이었다.

영화일을 오래했기 때문일까?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소수의견’(제작 하리마오 픽처스)은 데뷔작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연출이 매끄러웠다.

손아람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천성일 작가와 함께 각색을 했다. ‘소수의견’은 지방대 출신, 학벌 후지고 경력도 후진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이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게 되면서 벌어진 일들을 담고 있다. 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니라 경찰이라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한 신문기자 수경(김옥빈). 변호인에게도 완벽하게 차단된 경찰기록,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듯한 검찰 등 진원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선배인 이혼전문 변호사 대석(유해진)에게 사건을 함께 파헤칠 것을 제안한다.

‘소수의견’은 2년 전에 완성된 작품이다. 본래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을 맡았지만 여러 사정(?) 상 김성제 감독이 몸담았던 시네마서비스에서 배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24일 개봉됐다.

감회가 남다를 김성제 감독을 개봉 당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오전 11시 첫 인터뷰 타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성제 감독은 목이 제대로 풀려있었다.

“제 영화지만 완성본을 제대로 안 봤어요. 차분해지질 않더라고요. 배급관에서 살짝 보다가 나왔어요.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보다 나온 거죠. 집이 제주도라 다음주 쯤 제주도 시내 영화관에서 볼 생각입니다.”

기술시사 때 잠깐 잘못된 부분이 있나만 체크했다는 김 감독. 웰메이드로 평가받는 ‘소수의견’은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과찬”이라는 김 감독은 “지금 붕 뜬 기분이긴 하다. 이렇게 칭찬 받는 게 처음”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영화 '소수의견'의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소수의견’은 사회적인 의도를 갖고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감독 입장에서 과한 포장을 삼갔고요. 제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죠. 영화에 큰 축이 있고 서브라인이 있는데, 서브라인 중에 살리지 못하고 덜어낸 부분도 있습니다. 원작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으니까요. 영화의 러닝타임 안에서 모든 것을 다 잘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있었는데 과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짧은 밀도 안에서 설득력있게 표현을 해야하는데 못한 것 같아요. 다 넣으면 설명은 쉽지만 집중이 안되니까요. ‘큰 손’ 조구환(김종수)을 둘러싼 형사사건도 그런 것이죠.”

김성제 감독은 스스로 ‘소수의견’이 일종의 ‘미생’과 같은 성장드라마라고 했다. 국선변호사 윤진원이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다는 것. “직장인 드라마, 생활 영화인 셈”이라면서 웃었다.

배우들의 공이 컸다는 그는 “특히 공수경의 김옥빈은 호연을 해줬다. ‘유나의 거리’에서 만개해서 좋았다. 미모야 당연히 빛나겠다고 생각했지만 평범한 연기가 좋았다. ‘여기자’가 아니라 ‘기자’ 역할을 해준 것이 정말 근사했다. ‘박재오 사건? 네 사건이 아니고?’라는 대사는 특히 좋았다. 이로 인해 윤 변호사를 자극하게 됐고 ‘기사는 내가 결정하고, 나는 기자입니다’라는 대사와 ‘기자는 미안하기 시작하면 기사 못써요’라는 대사가 별 게 아닌 것 같지만 정말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소수의견’은 윤계상과 유해진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윤계상과 이경영, 윤계상과 김의성, 윤계상과 김옥빈의 영화도 될 수 있는 영화죠. 찍을 때는 어떻게든 편집으로 되겠지라고 교만하게 생각했는데 붙일 때는 안되더라고요. 좀 방대하게 관계를 가져간 것 같아요.”
 

영화 '소수의견'의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소수의견’은 배우들의 호연과 감독의 매끄러운 연출도 좋지만 특히 배경이 자연스러웠다. 김성제 감독은 하리마오 픽처스 진상혁 제작실장과 함께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장소를 섭외했다. 로케이션이 원칙이었다. 홍재덕 검사의 방과 변호사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다 있는 장소들이다. 윤 변호사가 변호사윤리위원회에 소환된 장소는 폐건물을 꾸민 곳이다. 특히 윤진원과 장대석, 공수진이 만나 막걸리를 마시는 장소는 인사동에 있는 김 감독의 단골 술집이다.

“푸른별 주막이라는 곳입니다. 맛도 좋죠. 촬영 감독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세트가 아니니까 카메라를 들기에 협소했죠. 잘 찍어줘서 고마웠어요. 편집할 때는 2년 전이었으니 우리끼리 ‘땟깔’이 좋다고 했던 것 같아요.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 않나요(웃음)?”

촬영 장소 헌팅과 함께 변호사, 기자를 많이 만났다. 용산에서 발품을 팔 듯 변호사와 기자의 말투를 채집했다. 법원에도 많이 갔다. 참여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인천도 갔다. 국선변호사들을 주로 만났다. 경찰 출입 기자들도 자주 봤다. 김옥빈도 함께였다.

특히 김의성이 연기한 홍재덕 검사의 말투, 화장실에서 윤진원에게 “당신이 여기까지 올지 몰랐어. 나라도 하지. 그런데 이길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부분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김의성을 극찬했다. “장르연기와 생활연기가 묘하게 섞여 들어갔던 것 같다”면서 “검사장이었던 박충선 배우도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박)충선이 형한테는 ‘형이 수위 역은 많이 했지만 검사장은 언제 해보겠어? 형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배역이야’라면서 출연을 설득했죠(웃음).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놀이터를 만들어주면 다 잘하죠. 영화판에서 타이틀롤을 못하는 배우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는 있죠. 얼마나 끌림과 매력이 있느냐에 따라 주연과 조연으로 나뉘니까요. 원래 (촬영장에)의자가 없는 역할은 불편한 법이죠. 4~5회차 정도만 나오는 배우들은 현장이 너무나도 낯설죠. 그런 배우들을 존중해 ‘배려받고 있고 여기가 내 놀이터’라고 느끼게 해주면 일은 쉽죠. 영화 현장의 골목대장은 감독인데, 배우들을 편하게 해주면 쉬워집니다.”
 

영화 '소수의견'의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소수의견’에는 주연인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을 제외하고 이경영, 김의성, 장광, 권해효, 김형종, 노영학, 오연아, 곽인준, 엄태구, 조복래, 김종수, 박규채, 안상우, 최수한, 윤동환, 박충선, 김현영, 박주형, 박해수, 윤미영, 김재록, 장영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만한 배우들을 한 곳에 모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배우를 열심히 찾는 게 중요하죠. 이 말은 제가 한 게 아니라 프로듀서 시절 만난 좋은 감독들이 해준 얘기에요. 김지운, 이준익, 류승완, 임필성 등 감독들은 연출의 시작이자 반이 캐스팅이라고 하거든요. 그건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포함되죠. 영화는 팀플레이니까요. 감독이 앞장을 설 뿐이지 엄밀히 따지면 팀플입니다. 내 팀은 내가 만들어야죠. 저도 데뷔하지만 영화밥을 먹기 시작한 게 96년입니다. 많이 만났죠. ‘언젠가 같이 영화를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은 대본을 쓸 때부터 생각이 납니다. 사람들만 잘 채우면 나머지 반은 영화를 찍으면서 찾아 채우면 되니까요. 작은 역할의 배우까지 다 만나봤어요.”

듣고 있다보니 이 사람은 진짜 현장의 ‘대장이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차기작이 궁금했다.

“저도 제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데요. 지속적으로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들고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하고, 좀 더 쾌락적인 엔터테이닝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제 오래된 취향과 같은 것이죠. 장르영화이면서 현대극인 것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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