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의 한복판에 섰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친박(친 박근혜)과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고 어떻게든 현 지도체제를 이끌고 가려는 비박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거부권 행사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는 듯 했지만, 친박계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유 원내대표를 기필코 사퇴시키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파동에 따른 새누리당 내부 세대결이 당계파 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거부권 정국의 한복판에 섰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친박(친 박근혜)과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고 어떻게든 현 지도체제를 이끌고 가려는 비박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친박계는 주말 동안 사태 추이를 파악한 후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게 확인될 경우 29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부터 본격적 공세를 펼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가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드는 배경에는 단순히 국회법 개정안 문제나 유 원내대표의 원내 운영에 누적된 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그동안 세력 대결에서 판판이 밀려 상당히 위축됐던 친박계가 이번에는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선 만큼 판 자체를 뒤엎을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도 밑바닥에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는 5명의 선출직 가운데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비박계가 3명이 당선됐고, 당연직 최고위원인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마저 비박계로 분류된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친박계의 물밑 지원을 받았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정몽준 후보에게 압도적 표차로 무릎을 꿇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친박계가 밀었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일방적 표차로 꺾었고, 유 원내대표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당선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던 친박계가 여당의 투톱 중 한 축인 유 원내대표 축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지도체제를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계파간 내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이 당 주도권 장악을 위한 권력 다툼의 성격이 짙다는 의미로서, 핵심은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이다.
새누리당에는 제18대 국회 총선에서 친박계가, 제19대에서는 친이계가 상대 진영에 의해 '몰살' 당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이를 잘 아는 친박계로서는 현 체제를 흔들어 다음 총선에서 공천 지분권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심산도 깔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함으로써 현 지도체제를 사실상 와해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박 대통령이 탈당해 보수 진영에 새판짜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주요 당직에 포진한 비박계로서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최대한 말과 행동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친박계가 집단행동에 들어가며 수위를 높이자 비박계에서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격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들도 주말 동안 사태 추이를 본 후 곧바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동을 열어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는 점차 국회의 입법권이 강해지는 추세 속에 여당이 계파 갈등에 휩싸일 경우 각종 법률안 처리가 쉽지 않은데다 대통령이 여당에 군림하려 한다는 부정적 인상이 향후 총선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논리로 친박계의 공세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지금 친박이 벌이는 일은 메르스 사태보다 더욱 참담하다"면서 "경기도 장기 침체 위기에 빠졌고, 가뭄도 극복이 안된 마당에 원내대표를 몰아내는 게 국사의 전부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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