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5/07/06/20150706124802668397.jpg)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창은 회색 바다
비 오고 바람 분다
내가 알던 사람들 어느새
각자의 파도 속에 숨어
문을 걸어 잠그고
가슴에 달고 산 불도 끄겠지
어디로 가고 있더라?
혼자인 날엔 늘 비가 내렸다
빗살무늬 따라 사선으로 서성이다
모래밭서 아득히 흐려진 바닷길
머릿속은 숨 멎은 네비게이션
차츰 어두워지고
이제 떠나야 하는데
종이컵에 남은 커피가
갯바람에 식어 빈혈이다
빨대를 꽂아 수혈을 하고도
너는 어디쯤서 아프고
이젠 떠날 수 없을 만큼만 아파
파도 옆에서
비나 맞으며 살고 싶다.
----
정신없이 돌아치다 보니 봄날도 다 갔다.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 장마 소식도 들린다. 계절은 벌써 여름이다. 비 오는 날 바닷길을 따라 강원도 속초를 다녀오는 길, 커피 생각이 나서 38선휴게소에 들렀다. 한적한 바닷가 커피집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자니 잿빛바다는 한 폭의 그림입니다. 유리창 빗방울에 흐려져 수채화가 된다. 마음이 고요해지는 바다풍경이다.
그러고 보니 봄날을 참 너무 바삐 보냈다. 사람들은 산속이나 바닷가, 강가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안빈낙도를 꿈꾸며 전원생활을 그리워한다. 바닷가에 가만히 앉아 커피를 마시다보니 벽산(碧山, 푸른 산)에 살아도 마음이 홍진(紅塵, 먼지 구덩이)이면 먼지 구덩이에서 사는 것이고, 홍진 살아도 마음이 벽산이면 푸른 산속에 사는 거란 생각이 스친다. 어디 살든 마음이 푸르고 맑은 생활이라야 정말로 전원생활인데 도시에서나 산속에서나 바닷가에서도 나는 너무 바쁘다. 여기서 비나 맞으며 눌러 붙어 살고 싶은 날이다.
김경래 OK시골(www.oksigol.com) 대표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5/07/06/20150706125056906076.jpg)
비와 바다 커피집 [사진=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