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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정막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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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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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근 지음 | 기파랑 펴냄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정막개는 의정부의 관노(官奴)이다. 1513년(중종 8) 전 공조판서 박영문(朴永文)과 전 병조판서 신윤무(辛允武)의 집을 자주 드나들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그들이 반란을 일으켜 영산군 전(寧山君)을 추대하려고 한다고 고변(告變)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두 사람과 그 아들들이 처형되고, 그는 박영문의 가재(家財)·전택(田宅)·노비를 상으로 받고 상호군에 제수되었다.

그러나 지평 권벌이 사실을 알고도 늦게 고변한 것과, 모리(謀利)하는 자가 영귀(榮貴)를 좇아 요행으로 공을 이루게 하면 훗날 큰 화가 있을 것이라고 상소하여 직책과 상을 박탈당하였다. 성품이 원래 교활하여 사람들이 싫어하였는데, 이 일이 있은 후 더욱 천하게 여겼다.

그가 붉은 띠를 띤 조복(朝服) 차림으로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고변한 정막개야, 붉은 띠가 가소롭구나”하고 놀려댔다. 그는 사람들의 따돌림을 받다가 결국 굶어죽었다.

소설가 최명근(崔明根)은 사실(史實)에 나오는 짧은 몇 줄의 단서를 근거로 삼아, 200자 원고지 1630매 분량의 장편소설을 엮어냈다. 시종일관 독자들을 긴장시키면서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가히 일품이라 할 만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조선왕조 시절 최하위 노비의 인생 유전(流轉)을 통해, 무지막지한 권모술수와 파렴치한 인간성 파멸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데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작가가 해박한 역사지식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조선시대에 궁궐과 사가(私家)에서 쓰던 갖가지 용어를 수시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가령 ‘급수비(汲水婢)’는 물 긷는 노비를 가리켰다. 이와 더불어 묻혀 있는 감칠맛 나는 순 우리말을 종횡무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특기할 만하다. 예컨대 ‘차집’은 반가(班家)에서 음식 장만 등을 맡는 여자로, 일반 하녀보다 급이 높았다. 한자의 ‘찬모(饌母)’와 흡사하다. 이처럼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망외(望外)의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448쪽 | 1만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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