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심야시간 개인택시 운행 의무화 도입 방안이 정작 택시업계의 공감대를 전혀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주요 수요자인 시민이나 시민단체 역시 운전자 인센티브 제공 등 장기적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2일 서울시가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개인택시 운수종사자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9명(92.4%)은 심야시간대 의무 운행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자체가 택시면허 허가권을 갖고 있지만 운행 방식까지 강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감이 강하게 드러났다.
조사는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 500명에 대해 지난 4월 30일부터 2주일 동안 LPG가스 충전소(57.4%), 기사식당(42.6%)에서 거점을 이용한 개별면점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 정책의 배경이 된 심야시간 택시 공급 부족에 따른 승차거부 현상을 둘러싸고 택시기사들은 서울시와 명확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설문에 응한 기사의 절반 이상(52.4%)은 자정 전후로 택시가 별로 모자라지 않고, 특정 요일이나 지역만 부족하다(45.2%)고 판단했다. 또 승차거부는 택시수 부족과는 별개의 사안이란 의견이 다수(96.4%)를 차지했다.
앞서 서울시는 승차 거부가 가장 심각한 밤 12시~다음날 오전 2시 개인택시 운행 의무화를 규정, 월별 운행일 20일 중 해당 시간대에 닷새 이하로 운행한 기사에게 과징금 120만원을 부과한다는 '서울형 택시발전모델'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강제로 늦은 밤 5000여 대의 택시를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시행이 늦춰지고 있다.
자발적 심야운행 확대 의향에 대해서는 '있다'(20%)와 비교해 '없다'(80%)가 월등히 많았다. 적정한 월 심야운행일 수에 관한 설문에도 '안해도 상관없다' 38.6%, '6~10일' 35.4%, '1~5일' 11.2% 순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컸다.
만일의 심야운행이 늘어날 경우 피크타임 할증률 상향 조정(58.8%)으로 일부 반발을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다음으로 오후 9시부터 오전 4시까지 부제 해제(12.6%), 콜 호출료 인상(11.8%) 등의 제안이 나왔다. 이외 카드수수료 지원 비율 높이는 등 실질적인 금전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이달 초 서울시 주최 열린토론회에서 시민들은 택시 의무운행으로 승차난을 해소해야 겠지만 먼저 양질의 서비스를 위한 혜택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단체에서는 주간·야간 요금편차로 운전자의 적절한 보상 반영, 수요가 몰리는 곳의 체계적인 데이터 확보 선행 등 서울시의 역할 정립이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심야시간 승차난이 가장 심각한 강남역에서 시범적으로 의무운행을 실시하는 등 고질적 택시문제 해소를 위해 종합검토에 나서겠다"며 "각계 의견을 들어 효율적 실행 방안과 정책의 폭과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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