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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악성화 신호…마이너스대출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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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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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가계가 생계비 마련을 위해 빌린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2개월 연속 1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급증세를 주도했다면 더이상 맡길 담보가 없는 기존 대출자들과 무주택 신규대출자들이 이자가 높은 마이너스 통장대출로 눈길을 돌리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권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은 지난 6월 한달 새 1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잔액은 154조2000억원이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12년 10월(1조5000억원)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다. 지난 5월에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은 1조원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과 6월 기준금리 인하로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가 낮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통상 상여금이 지급되는 연말·연초에는 줄어들고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늘어난다. 그러나 별다른 계절적 요인이 없는 6월에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증가폭은 5000억원에 불과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신용대출 한도를 미리 설정하고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할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일반 신용대출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이나 담보에 따라 가산금리가 책정되고 이자는 복리로 계산된다. 일반 신용대출을 받는 것보다 이자가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은행 17곳의 신규대출 기준 마이너스통장의 평균 금리는 연 5.26%였다.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53%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급증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용도가 '빚 돌려막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해온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다른 빚을 갚을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은이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용도중 대출금 상환은 31.2%로 나타났다. 지난해 1~7월 중 17.1%에 비해 14.1%포인트나 증가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빚을 내는 비중이 높으면 원리금 상환에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이는 부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입장에서 마이너스통장은 일단 남는 장사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크게 줄어든 은행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더 높은 이자를 물면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는 현 상황에서는 언제라도 건드리면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절한 가계부채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상환능력이 취약한 계층부터 차례로 빚 폭탄이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은행권 역시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당장 이자 마진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 악성 부채가 늘면서 은행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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