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은, 내달부터 '차주 단위 가계부채' 발표…경제 뇌관 정밀진단 길 열린다

  • 200만명 대상 분기별 가계부채 통계

  • DB구축 10년 만에 국가데이터처 승인

  • 사각지대 줄이고리스크 포착 활용 가능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오는 12월부터 분기별로 차주 단위 가계부채 통계를 발표한다. 가계부채DB를 구축한 지 1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정밀 진단이 가능해졌다. 향후 가계부채 관리 사각지대를 줄이고, 상황별 리스크를 신속히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한국은행 통계1국 가계부채DB반은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의 ‘통화금융통계의 통계작성변경’ 승인을 받아 오는 12월 3분기 차주 단위 가계부채 통계를 처음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소비자신용패널’을 벤치마크해 우리나라 최초로 가계부채DB를 구축한 지 10년 만의 공식 발표다.

그동안 한은의 가계부채DB는 국가데이터처가 주관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와 내용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승인을 받지 못해 내부 자료로만 활용돼 왔다. 그러나 올해 1월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가계부채DB반을 신설해 다시 추진한 끝에 지난 9월 정식으로 국가 통계 승인을 받으며 공표가 확정됐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한은의 가계부채DB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NICE) 정보를 받아 전체 신용활동인구의 약 4.4%에 해당하는 200만명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작성된다. 기존 가금복이 전국 2만 가구만을 조사하고, 갱신 주기도 1년에 한 번이라 현실 반영에 한계가 있었던 점과 대비된다.

가계부채DB는 시의성이 높고, 국민의 실제 금융활동을 반영해 정교한 통계 산출이 가능하다. 또한 설문조사가 아닌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초자료의 신뢰도도 높다. 기존 서베이 방식 자료가 안고 있던 무응답·표본이탈·소득·부채 과소응답 등의 문제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DB에는 연령, 지역, 금융상품, 금융업권 등 개인별 특성 정보와 함께 대출, 신용·체크카드 사용 실적 등 금융거래 정보가 상세히 담긴다. 예컨대 서울 강남의 30대 남성이 3분기에 전분기 대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얼마나 늘렸는지, 부산의 50대 남성에게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이 집중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집중부실 위험군을 조기 포착하고 차주 단위의 세밀한 질적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이번 공표에서는 소득 수준과 신용등급 정보는 정확성 문제를 고려해 제외됐다. 해당 내용은 기존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다룰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DB 발표는 차주별 부채 정보를 활용해 개인 특성 및 이용 행태별로 미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라며 “향후 주요 변수 추가나 타 데이터와의 병합 등 확장 여지가 커 활용도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2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953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89.7%)이 세계 최상위권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가계 단위 가계부채DB 등 고빈도 미시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정책 대응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 같은 전통적 거시 지표만으로는 경기 상황을 제때 진단하거나 구조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빠른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이 확대됐다”며 “양극화 심화로 경제주체 간 이질성이 커진 만큼,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미시데이터와 고빈도 데이터를 적극 발굴해 정책 판단에 적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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