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엽, <어느날>, 1990, 국립현대미술관소장]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평양미술학교 2학년를 다니던 그는 1950년 6.25 전쟁의 참화를 피해 월남했다. 생존의 투쟁속에서도 학업은 이어졌다. 1957년 홍익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다. 당시 한국화단엔 앵포르멜, 단색조 회화, 극사실주의 등의 화풍이 범람했다. 하지만 집단적인 활동이나 화단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오로지 ‘인간’만을 화두삼아 자신만의 독자적인 형상회화의 세계를 구축했다. 시대의 비극에 휩쓸려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억압당했던 기억, 가족과의 생이별, 악마 같은 인간의 본능을 목격했던 극단적인 체험은 화가로서의 그를 더욱 굳건하게했다.
우산 황용엽(84)화백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창작활동에 매진한 투철한 예술가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한국현대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은 남긴 원로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작가 시리즈전에 초대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5일부터 <황용엽: 인간의 길> 전을 개최한다. 인간애(人間愛)’가 바탕이 된 황용엽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황용엽, <인간>, 1982, 국립현대미술관소장]
1960년대의 표현적인 색채를 지닌 왜곡된 형태의 인간부터 1990년대 이후 설화와 고분 벽화 등 전통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구도자(求道者)형 인간까지 각 시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 작품이 소개된다.
[1931 평안남도 평양 출생 1945~48 평안 강서중고교 졸업 1948~50 평양 미술대학 중퇴 1954~5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수상 1989 제1회 이중섭미술상 수상 2005 보관문화훈장 서훈(문화관광부) 2007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대상]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전시실은 황용엽의 예술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시기별 흐름과 작품의 경향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구획되었다. 1960~70년대의 공간은 미로와 같이 좁은 통로와 어두운 벽색을 통해 음울했던 시대의 절박함과 그 속에 휩쓸린 인간들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80년대에 선보였던 격렬한 표현의 인간 군상들은 벽면과 분리되어 단독자의 모습으로 설치되어 관객들과 대면한다. 1990년대 이후를 조망하는 공간에서는 토속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삶의 여정을 떠나는 인물들이 묘사된 대형 회화 작품과 작가 인터뷰 자료 영상도 상영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추영 학예연구사는 "황용엽의 60년 예술 여정은 한 인간의 숙명적인 삶에 대한 처절한 기록이자, 치유와 회복의 감동적인 울림"이라며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삶, 인간과 예술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10월 11일까지. 관람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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