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째 0%대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가뭄 여파로 채소류를 비롯한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내려앉은 이후 올해 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4%로 5월 0.5%, 6월 0.7%를 기록해 8개월 연속 0%대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상승해 7개월 연속 2%대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 역시 1년 전보다 2.5% 상승해 7개월째 2%대를 보였다.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0.1% 하락했고, 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신선식품지수는 6.0% 상승했다.
가뭄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은 작년보다 3.7% 올라 물가 상승을 주도했으나 지난달보다는 0.3% 떨어졌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메르스 여파는 별로 보이지 않았고, 가뭄이 일부 해소돼 가뭄 영향도 6월보다 크지 않았다"며 "전기료가 내렸지만 수도권 교통요금이 올라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3.7% 오른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파(73.5%), 무(63.6%), 양파(57.3%), 마늘(33.9%), 배추(24.0%) 등 농산물 값이 뛴 영향이다.
채소값 상승은 1년 전 채소값이 떨어졌던 것에 의한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공업제품은 0.2% 내렸다. 등유(-25.6%), 자동차용 LPG(-23.6%), 경유(-18.3%), 휘발유(-15.0%) 등 저유가 영향을 받은 석유류 제품이 전체 물가를 0.9%포인트 하락시켰다.
전기·수도·가스도 11.3% 내려 물가를 전체적으로 0.58%포인트 끌어내렸다. 도시가스(-20.1%)와 더불어 전기료(-6.7%) 하락이 두드러졌다.
반면 서비스 가격은 2.0% 상승했다. 전세가격은 3.7%, 월세는 0.3% 올라 집세 전체로는 2.6% 상승했다. 공공서비스 가격은 1.6% 상승했다.
주로 전철료(15.2%), 시내버스료(8.8%) 등 대중교통 요금이 크게 올랐다. 이중 수도권의 시내버스 및 전철요금 인상이 전체 물가를 0.15%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김재훈 기재부 물가정책과장 "소비자물가는 올해 후반부로 갈수록 석유류 기저효과 소멸과 실물경제 개선세 등 상방요인이 예상된다"며 "다만 이란 경제제재 해제 추이 등 지정학적 요인과 여름철 기상재해 등 변동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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