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국제유가…걸프 산유국 경제 수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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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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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란국영석유회사(NIOC)]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걸프 지역 산유 부국이 바닥 모를 ‘저유가 수렁’에 빠졌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 악화로 270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채권 발행 채비에 나섰다.

세계 3대 유종(텍사스중질유·브렌트유·두바이유)은 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5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원유 수출국들이 위협적인 경쟁사로 떠오른 미국 셰일오일 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며 맞선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 셰일산업의 목을 조르기 위한 증산이었다면 사우디는 매우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초기에 셰일업체들의 위협을 과소평가한 데 이은 또다른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면서 세계 4위 원유 매장량 국가인 이란이 국제 원유 시장 진출이 임박한 점도 국제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역경제전망(REO) 보고서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정부의 재정적자 폭 전망치는 국내총생산(GDP)의 -6.3%였다가 올해 5월 최신 보고서에선 -7.9%로 확대됐다. GCC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GDP의 각각 12.1%, 4.6%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 6개 산유국의 외화보유액 총액도 지난해 말 7370억달러에서 올해 7월 현재 6720억달러로 8.8% 줄어들었다. 3∼4월에만 310억달러 줄었다.

원유 매출이 감소하자 시중 유동성(돈)이 둔화했고 금리는 자연스럽게 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은행 간 금리(EIBOR)는 이달 들어 0.79%를 기록,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사우디의 3개월 단기금리 역시 올해 3월 0.77%에서 최근엔 0.80%로 올랐다. 이런 현상은 쿠웨이트, 카타르 등 다른 GCC 국가도 마찬가지다.

저유가 장기화가 기정사실이 되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걸프 지역 경제 규모 1,2위를 다투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다. 이들 국가는 GCC 유가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예멘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체력 소모가 크다.

IMF의 REO는 사우디와 UAE의 올해 재정적자 폭이 각각 GDP의 -14.2%, 3.0%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정적자를 피하려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과세제도를 도입하고 보조금을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사우디는 일단 IMF 권고를 따르는 대신 대규모 채권을 발행해 국고를 메우는 방법을 택했다. 매월 5년물, 7년물, 10년물 국채를 53억달러 내에서 분할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중앙은행격인 사우디통화청(SAMA)의 파하드 알무바라크 청장은 지난달 사우디가 이미 40억달러 규모의 현지 통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390억달러 정도로 예측했지만 IMF는 1300억달러로 내다봤다.

UAE는 사우디와 달리 IMF의 권고를 따르고 있다. UAE의 올해 재정적자 전망치는 GDP의 -3.0%다. 경상수지 전망치는 5.0% 흑자지만 2012년 21.3%, 지난해 13.7%에 비하면 급감했다.

UAE는 이달 1일부터 연료 보조금을 폐지해 휘발유 소매 가격을 24% 올렸다. 연료 보조금으로 들어가는 UAE의 공공지출은 연간 35억달러로 GDP의 0.7%를 차지했다. 또 올해 안으로 법인세를 신설하고 호텔 등 일부 시설에만 부과했던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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