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유덕열 서울구청장협의회장 "중앙-지방 불균형 세입 무늬만 지방자치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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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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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열 구청장협의회장(동대문 구청장)이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동대문구청장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자체 재정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올해로 지방자치를 실시한지 20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20살은 성인을 의미하는데 지방자치도 성인의 해를 맞아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시기가 왔다고 봅니다”

유덕열 구청장협의회장(동대문구청장)은 지난  10일 지방자치제 실행 20주년을 맞아 동대문구청장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의 때가 무르익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 회장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자신의 명함을 꺼내 보였다. 앞쪽에 캐리커쳐가 그려진 그의 명함은 접이식 형태였다. 명함을 펼쳐보니 그 안에는 배봉산 둘레길부터 답십리 미술상가까지 동대문구의 볼거리 소개가 빼곡했다. 한 장의 명함은 그가 지역에서 가지는 애착의 크기를 짐작케 했다.

유 회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줄곧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큰일은 중앙정부가 처리하되 작은 일은 자치구에 과감히 맡겨달라는 것이다. 지역의 행정가와 실무진들이 주민들과 밀접한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그들의 애환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유 회장은 현실적으로 원활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특히 재정문제에 관한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무늬만 지방자치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지방자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예산 운영에 대해 꾸중만 한다”라며 “OECD 선진국의 경우 중앙과 지방의 세입 비율이 5대5인데 우리도 최소 6대4정도는 돼야 지방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재정 규모는 초기 32조원에서 지방자치 20년 동안 173조원으로, 현재 5배 이상 커진 상태다. 그러나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여전히 8대2에 머물러 많은 지자체가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유 회장은 지방자치 실현의 어려움이 여전한 가운데, 주민들의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중앙정부가 시골 구석구석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역에서 30년이상 거주하며 3번의 구청장과 1번의 시의원을 거친 유 회장이지만 아직도 골목길을 돌다보면 모르는 것이 나온다고 한다.

유 회장은 “지역에서 주차장 문제로 다툼이 많아 막상 공사에 들어가려고 하니 주민들이 공청회를 하지 않았다고 반대한다”면서 “구의회 심의도 거치고 KDI(한국개발연구원)검토도 마쳤지만 주차장 하나만 해도 주민들의 민원 파악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유 회장은 이러한 지방자치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중앙과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중앙정부에도 꾸준히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달 31일 유 회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만나 지방자치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또 유 회장은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치분권형 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공천 배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는 지방정치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부패정치를 봉쇄하기 위한 목적이다.

유 회장은 “지방자치 개정안도 국회에 많이 올라갔는데도 전혀 진행이 안된다”며 “여야가 힘을 합쳐서 도와줘야하는데 움직임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유 회장은 최근 구청장협의회 운영방안 발표에서 밝힌 자치구 조정교부금의 시세 인상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발표에서는 자치구 조정교부금을 기존 시세의 21%에서 24%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22.8%로 늘리겠다고 지난달 21일 발표한 바 있다.

유 회장은 “1%가 1500억원 정도 되는데 지금 수준의 조정교부금으로는 겨우 살림만 할 수 있다”며 “시에서 한강다리 등 큰 시설물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동네의 싱크홀도 관리하려면 24%정도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시가 돈이 없으니 22.8%로 인상한 것도 만족한다”며 “행정자치부도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권한을 좀 이양해주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평균 31.5%의 낮은 재정자립도도 지방자치 실현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유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민자사업을 유치하는 등 발버둥을 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민간에서 시설물을 건설한 뒤 소유권을 양도하는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은 투자자의 이윤창출을 보장해야하는 부담도 짊어지게 된다. 민자방식은 재정부족 상태에서의 대안일 뿐 현실적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유 회장의 결론이었다.

자치구 간의 불협화음도 유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의 자치구는 총 25개나 될 만큼 타 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때문에 자치구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자치구별 재정자립도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강남구가 재산세 공동과세의 비율조정에 반기를 든 것에 관해 유 회장은 “강남구의 기준재정수요가 100%가 넘으니 그러한 반대에 이해는 간다”라면서도 “서울아래 강남과 강북이 다른 나라인 것처럼 되는 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강북의 세금을 가지고 강남에 투입해 기반시설을 조성했다”며 “이제는 강남에서도 강북의 열악한 부분을 위해 조금은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참여예산에 관해서 유 회장은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기 보다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적절히 섞어 합리적 방식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유 회장은 “앞으로도 지자체의 의견을 잘 수렴해 정부와 적극 소통하겠다”며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꾸준히 고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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