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 5월 8일 정식으로 문을 연 '구글 캠퍼스 서울'이 개관 100일을 맞았다. 구글이 만든 창업가 공간인 캠퍼스 서울은 2012년 설립된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설립됐으며, 아시아에선 최초다.
이곳에서 기획되고 실행되는 스타트업을 위한 모든 프로그램은 조윤민 프로그램 매니저의 손을 거쳐 나온다. 구글은 본사에 창업가지원팀을 두고, 매리 그로브(Mary Grove) 총괄 아래 런던, 텔아비브, 서울, 마드리드에 각 1명씩 총 4명의 프로그램 매니저를 두고 캠퍼스의 프로그램 운영을 맡기고 있다.
전 세계에 단 4명밖에 없는 캠퍼스 프로그램 매니저 중 한 명인 조윤민 캠퍼스 서울 매니저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캠퍼스 서울이 창업가들의 허브가 돼서 많은 사람과 연결돼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캠퍼스 서울의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
구글은 본사에 창업가지원팀을 두고 전 세계 125개국에서 창업가를 위한 협업공간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적 지원과 인적 자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런던, 텔아비브, 서울, 마드리드에 물리적 공간인 구글 캠퍼스를 조성해 관리한다. 조 매니저는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런던, 텔아비브, 서울, 마드리드의 프로그램 매니저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프로그램을 고안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본적으로 해외 캠퍼스의 프로그램 중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가져오지만,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기 위해 한국의 트렌드도 공부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생각해 아이디어를 정한 뒤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덧붙였다.
조 매니저는 "예를 들어, 음식과 정보과학기술(ICT)을 접목한 푸드테크 프로그램을 기획할 경우, 관련 업체를 직접 만나 섭외도 하고, 어떤 식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진행할지를 파트너들과 함께 전체적인 틀을 짠다"면서 "여기서 리소스가 부족하면 구글 코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해 지원받고,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이 자원봉사로 도와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캠퍼스 서울의 모든 프로그램은 최종적으로 조윤민 매니저가 결정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궁금한 점, 관련 조언은 구글의 창업가지원팀 혹은 캠퍼스 서울 센터장과 의논한다.
◆ 캠퍼스 서울의 다양한 프로그램
캠퍼스 서울에선 창업가들의 글로벌 네트워킹과 해외진출을 돕는 다양한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전 세계 캠퍼스가 함께 진행하는 ‘캠퍼스 교환(Campus Exchange) 프로그램’과 육아로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힘들었던 엄마들이 아기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Campus of Moms)'가 대표적이다.
조 매니저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다”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3주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의 출석률이 100%를 기록할 정도로 엄마들이 열정적이었던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가끔 남편이 보러 오기도 하고, 아기가 울면 다른데서는 사람들이 짜증을 내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구글 캠퍼스의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은 원래 9주 과정이지만, 한국에서는 3주로 단축돼 엄마들의 아쉬움이 많았으나, 조 매니저는 "하반기에 다시 진행시킬 예정"이라면서 "이번엔 9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만족도가 높았던 워크샵을 길게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매니저는 창업을 희망하는 엄마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평소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커뮤니티가 생기면서 함께 협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 엄마들이 창업에 성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앞으로는 콘텐츠를 한국화시켜 엄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캠퍼스 서울에서는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오는 26일에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인기 '드론' 이용교육이 예정돼 있다. 선정된 대학생들은 3명씩 8개팀을 구성해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드론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실제로 날려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미니 잡 페어'도 준비하고 있다. 조 매니저는 "우리는 캠퍼스 서울이 커뮤니티 허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다"면서 "8~1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구직자들에게 이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 통해 시너지 강화
전국 17곳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구글 캠퍼스 서울은 창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는 점에서 기능이 중첩된다. 하지만 조 매니저는 "중첩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혁신센터와 충돌하거나 경쟁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방향성은 중첩될 수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은 다르다"면서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경우에도 우리는 구글이 갖고 있는 100개국 이상의 파트너들이 있고,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협업하자는 연락이 많이 온다"고 소개한 뒤 "오늘도 대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올라왔으며, 우리도 같은 목표라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너지를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서울에 위치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서도 "구글 캠퍼스 서울 센터장이 여러 번 찾아가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서울센터는 아직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서 앞으로 우리와 어떤 협업을 하게 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협업하게 될 가능성은 높다"고 설명했다.
◆ 캠퍼스 서울 100일 성과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개관 100일을 맞은 구글 캠퍼스 서울에는 벤티케익, 채팅캣, 레이니스트, 데이블, 원티드랩, 멋쟁이 사자처럼, 아씨오, 플루언티, 킵코코리아 등 9개의 스타트업에서 총 85명의 직원이 입주사 공간에 자리잡아 마루180과 500스타트업, 글로벌 브레인 등 3개 파트너사가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캠퍼스 서울은 62개국이 넘는 다양한 국적을 지닌 7200여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으며, 그중 여성은 1920명으로 여성 창업가들의 활발한 참여가 돋보인다. 캠퍼스 서울 누적 방문객 수는 총 1만4800명에 이르고, 100일 동안 진행된 이벤트는 170회가 넘는다.
조 매니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이후 회원이 증가했으나, 메르스 사태로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메르스 종료와 동시에 사람들이 다시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캠퍼스 서울이 우리가 원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서 "캠퍼스 자체에서 이벤트가 늘기 시작하면서 시너지가 나고 있고, 이곳이 창업가들의 허브가 돼 활발한 네트워킹이 구축돼 가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 조윤민 프로그램 매니저는 어떤 사람?
조윤민 매니저는 대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직접 물건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으며, 4년 전에는 싱가폴에 있는 구글에서 파키스탄 여성들의 창업을 돕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그 밖에도 여성창업가를 위한 프로그램 '우먼온더웹(Woman on the Web)'과 대학생 교육 프로그램 등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과 런칭을 담당했다.
본사에 창업가 지원팀이 생긴 것을 알고 바로 지원해 캠퍼스 서울로 배속됐다. 이후 캠퍼스 서울에서 아시아 스타트업의 허브로서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는 "창업을 도와주는 일에 재미를 느낀다"면서 "창업가의 에너지를 느끼고, 그 커뮤니티 속에 들어가 배우는 과정들이 모두 흥미롭다"고 언급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