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되면서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 관계 강화에 어느 때보다도 주력하고 있으나,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충격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제재' 영향으로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는 러시아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4.6%를 기록했다. 여기에 믿었던 대중국 수출마저도 둔화되면서 러시아의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액은 306억 달러(약 36조264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28.7% 감소했다. 이는 다른 국가와의 무역액 감소폭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이나, 그간 양국의 무역액 증가세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의 여파는 외환시장에서도 즉각 드러났다. 최근 중국 당국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수출 경쟁력 확대를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하면서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대비 루블화 가치는 큰 폭으로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가치가 44%나 떨어진 루블화의 환율 변동성은 중국의 대 러시아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스베르방크 CIB의 에브게니 가브릴렌코프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변동성보다 루블화의 변동성이 중국의 대러시아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며 "현재 조건에선 중국이 장기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FT는 특히,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에너지 수요 감소가 러시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지난해 중국 국영석유회사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30년간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은 중국 '서부노선'을 통한 수출 통로의 추가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중국 서부지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에너지 수요 둔화로 양국의 협상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F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옥스포드에너지연구소의 조나단 스턴 천연가스 연구 책임자는 "지난해 중국의 가스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중국의 협상 주도권이 강화됐다"면서 "중국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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