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톈진항 폭발, 증시 폭락...불신의 늪 빠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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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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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사]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지난 12일 중국 톈진항 물류창고가 '펑' 소리와 함께 거센 불길 속에 휩싸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톈진이 고향인 중국인 동료에게 이번 사고에 대해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충격적이라거나 무섭다는 등 반응을 예상했는데 "구체적인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는 원칙을 무시한 비리와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터진 인재(人災)다. 인근 지역주민들과 화재진압을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든 소방대원들은 시안화나트륨이라는 무서운 화학물질이 창고에 보관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 

지금까지도 주민들은 알고싶은 것을 제대로 알지못해 불안하다. 유독물질 유출이 확인됐고 인근 유역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는데도 당국은 "유독물질 검출량이 기준치 이하다, 괜찮다"로 일관한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자꾸 뭔가를 감추는 듯한 당국의 모습이 '안심'이 아닌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형국이다. 

불신의 위기는 증시에서도 포착됐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중국 증시는 최근 몇 달간 급등락을 오가며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도 거세게 요동쳤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이유였다. 

성장률 둔화 속에서도 중국 당국과 지도자들은 "문제없다, 대처방안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여왔다.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인민은행은 계속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나아지기는 커녕 경기하강압력은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반등의 모멘텀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당국의 말, 이에 따라 품었던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과 부양책 약발도 통하지 않는 실물경제 상황의 차이, 이 격차가 불신을 키웠다. '중국 당국의 성장률 등 통계도 신뢰할 수 없다', '중국 경제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었다. 

국가와 국민, 자본과 상품 거래 등 모든 관계의 기초는 신뢰다. 신뢰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어야만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찾을 수 있다. 어려울 수록 대국다운 솔직함과 명확한 사태파악, 명철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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