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예방, 해답은 '소프트홍보'였다

[사진=보이스피싱지킴이 홈페이지]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실제 범인의 육성을 담은 ‘그놈목소리’, 최신 개봉영화 ‘함정’을 활용한 캠페인 등으로 인해 피해사례가 대폭 줄어들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단속 및 처벌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대중 친화적인 ‘소프트홍보’가 오히려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13일 실제 범인의 육성 녹취록인 ‘그놈목소리’를 보이스피싱지킴이 홈페이지(phishing-keeper.fss.or.kr/fss/vstop/main.jsp)에 공개한 이후 하루 평균 지급정지 된 대포통장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3일을 기점으로 전후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지급정지 된 대포통장 건수를 살펴보면 △5월 13일~7월 12일 180건 △7월 13일~9월 10일 134건으로 ‘그놈목소리’ 공개 이후 25.5%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안 지급정지 된 대포통장의 총 건수도 1만951건에서 8158건으로 감소했다.

금감원은 단속 위주의 정책이 보이스피싱 예방에 한계를 보이자 지난 7월부터 보다 재미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에 나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 만든 실제 범인의 육성 녹취는 △7월 13일 그놈목소리 △7월 31일 그녀목소리 △8월 31일 그분목소리 등 다양한 버전으로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다. 녹취를 통해 실제 범인들이 자주 활용하는 문구나 수법 등을 파악할 수 있어 검찰 등 권력 기관을 사칭하는 피싱 전화를 받을 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직원 20여명은 최근 개봉한 영화 ‘함정’ 시사회에 직접 참석해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개최된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국장은 마동석, 조한선, 김민경 등 주연배우들과 함께 직접 무대인사를 돌며 관객들에게 “영화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함정이 금감원과 공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함정’은 SNS에서 발견한 맛집을 찾아간 부부가 낯선 곳에서 위험에 노출된다는 줄거리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해자를 유인한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과 흡사하다. 특히 조 국장은 영화 제작 발표회 소식을 듣고 직접 권형진 감독에게 연락해 공동 캠페인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함정’은 개봉 후 지난 15일 기준 총 23만6365명의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일찌감치 넘어서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당국이 범인의 육성 공개나 영화 공동캠페인 등 대중적인 방법으로 일반인들한테 친숙하게 접근했기에 효과가 있었다”며 “단순히 대포통장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강화로 보이스피싱을 막으려는 건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범죄의 실체도 모르는 상황에서 실질적 효과가 없는 처벌보다 시각 및 감각적인 호소가 대중의 이해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추석 명절을 맞아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다음주 중에 ‘생생한 사기 시나리오 TOP100’ 공개 등 대중 친화적인 홍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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