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그룹 재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승자의 저주’로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지 5년여만이다.
21일 재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 회장과의 4개월간 줄다리기 끝에 매각가를 7228억원으로 확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종적으로 제안한 인수가 7047억원보다 181억원 높지만 박 회장의 그동안 그룹 재건에 대한 의지를 보면 거부 할 가능성은 낮다.
금호산업 재인수는 박 회장의 숙원인 그룹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퍼즐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주식 100%를 보유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는 23일 박 회장 측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통보 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 채권단 99.6%가 동의를 한 상황이다”며 “나머지 채권단 0.4%의 공동매각 참여 입장을 받는 대로 박 회장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박 회장 측에 매각가격 통보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금호산업 주식 0.4%를 보유한 두 개 기관이 공동매각 참여에 대한 의견 결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연기됐다. 산업은행은 소액이지만 절차는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의 공동매각과 관련한 의견 결의서 제출기한은 오는 23일까지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으면 회사의 입장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공식 통보 이후 박 회장은 한 달 이내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연내 매각을 마무리 하지 않으면 위약금 5%를 받겠다고 한 만큼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야한다.
금호산업 매각의 마지막 변수는 박 회장의 자금조달력이다. 박 회장 측에서 동원 가능한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보유지분(9.90%)을 담보로 대출 가능한 자금이 700억원 안팎에 그치고 금호타이어 지분 5.22%는 담보로 묶여 있어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박 회장의 자금조달안이 채권단의 승인을 거친다면 매각작업은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박 회장은 최근 채권단에 금호산업 인수희망가를 통보한 후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남은 여생을 그룹 재건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박 회장이 한 달 내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자금조달 계획이 미비하다고 판단될 경우 매각 작업은 무산된다. 채권단은 제3자 매각에 나설 수 있다. 또 채권단이 자금조달안을 승인하더라도 SPA 체결 후 3개월 내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하면 역시 매각작업은 종결된다.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룹 안정화에도 기대가 쏠리고 있다. 자금조달 계획이 마련되면 박 회장은 금호산업과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와 실적 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 미뤄지고 있는 제2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의 출범의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로 반드시 정상화 시켜야 하는 계열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