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레인지로버는 1970년 탄생해 45년 동안 기술적인 혁신을 이끌며 정상의 SUV로 군림하고 있다.
이번에 만나본 차는 레인지로버 4.4 SDV8 모델이다. 정숙성을 앞세운 V8 5.0ℓ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과 달리, 경제성을 강조한 V8 4.4ℓ 디젤 엔진을 얹은 게 특징이다.
레인지로버의 차체 길이는 4999㎜, 휠베이스(앞뒤 차축간 거리)는 2922㎜로 대형세단 수준의 크기를 지녔다. 차체에 오르면 호화로운 소재의 인테리어에 감탄하게 된다. 18개의 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운전석은 마사지 기능까지 내장돼 있다. 메모리 기능, 히팅, 쿨링 기능까지 빠짐없이 갖췄다. 다른 차에서 거의 찾기 힘든 뒷좌석 요추 받침 조절장치도 돋보인다.
디젤 모델이지만 시동과 공회전 때 놀랍도록 조용하다. 귀를 쫑긋 세워야 알아차릴 정도로 진동과 소음이 억제돼 있다. 이 조용함은 속도가 올라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보닛을 열어보면 디젤 엔진임을 대번에 알 수 있는데도 이렇게 조용하다는 건 방음처리가 그만큼 잘 됐다는 얘기다. 앞 유리뿐 아니라 옆 유리에도 소음 차단 2중 접합 유리를 적용한 덕분이기도 하다.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은 이 차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일반노면, 풀/자갈/눈, 진흙, 모래, 암벽 등의 조건에 맞춰 선택할 수 있고, 자동모드를 선택하면 차가 알아서 구동력을 조절해준다. 특히 레인지로버에 장착된 시스템은 원형 다이얼로 조절할 수 있어 버튼식보다 조작이 더 편하다.
이 차의 공식 연비는 도심 8.2㎞/ℓ, 고속도로 11.5㎞/ℓ인데, 고속도로 위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11.0㎞/ℓ가 나왔다. 대형 SUV치고는 꽤 좋은 연비다. 5.0 가솔린 모델의 경우 도심 5.2㎞/ℓ, 고속도로 8.3㎞/ℓ로 디젤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인다.
레인지로버 4.4 디젤의 가격은 1억7070만원이고, 가장 비싼 버전인 5.0 오토바이오그래피는 2억6240만원이다. 포르쉐 카이엔이나 BMW X6보다 한 급 위의 성능과 장비를 갖춰 마땅한 경쟁차종을 찾기도 어렵다. 벤틀리 벤테이가의 등장으로 다소 긴장할 법하지만 랜드로버는 여유가 있다. 지향하는 고객층이 다르고, 무엇보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든든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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