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국정감사를 위해 부산에 방문했을 때 일이었습니다. 부산 시민 한 분이 저를 기다렸다며 다가와 제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부산아빠: 의원님, 우리 아이가 겨우 10살입니다.
홍종학의원: 무슨 말씀이시죠?
부산아빠: 우리 아이가 이제 10살인데 노동법 개악되면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힘든데 앞으로 더 힘들어지면... 못 버티고 나간 선배들, 자리 못 잡고 있습니다. 제발 노동개악을 막아주세요.
떨리는 손으로 제 손을 붙잡고 호소하던, 그의 떨리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그 부산아빠를 대신해 질의하려고 합니다."
- 홍종학 의원의 5일 종합국정감사 질의영상자료 中-
5일 열린 기획재정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은 부산에서 만난 한 시민이 "노동개악을 막아 달라"고 호소한 일화를 소개하며 질의를 시작했다. "부산아빠를 대신해 질의를 하겠다"는 홍 의원의 이야기에 국정감사장은 일순간 숙연해졌다.
국감에서 홍 의원은 "저는 '부산아빠'가 한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최경환 부총리에게 "부산아빠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겠느냐? 1년 내에 퇴사하는 직장인이 몇 명인지 알고 계신가"라고 물었다.
최 부총리는 "구체적인 통계를 한 번 확인해보겠다"면서 "상용직 일자리가 지금 약 1400만 정도 되니까 약 10% 정도가 (1년에 퇴사하는 인원)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홍종학 의원이 한국고용정보원과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고용보험에서 탈퇴하는 근로자, 즉 직장을 그만두는 근로자는 560만명에 이른다.
홍종학 의원은 최 부총리에게 "박근혜 정부의 목표는 이 560만명을 몇 만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인가? 몇 만명이나 더 회사에서 쫓겨나야 만족하시겠나? 1년에 560만명이 직장을 그만두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홍 의원은 "3년이 안되어 쫓겨나는 사람이 87%인데 이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것인가? 노동개악은 생존권을 박탈하고 노동불안정성을 심화시키면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은 재벌의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국민들의 경제를 파탄내는 최악의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 한 해 1220만명이 고용불안 시달려... 임금근로자 36.3% 고용보험에도 가입 못해
홍 의원이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년 동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인원은 총 12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67%에 달하는 숫자다. 즉, 직장인 10명 중 6~7명은 매년 직장을 그만두는 셈이다.
2013년 기준 경제활동인구 총 2590만명 중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70.3%인 1820만명이다. 이 중 660만명은 고용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채 일을 하고 있다. 임금근로자 전체의 36.3%에 달하는 인원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고용보험 가입자 1160만명 중 48.3%인 560만명이 매년 직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660만명과 고용보험에 가입되었지만 직장을 잃는 560만명은 매일매일을 고용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 10명 중 8.8명은 입사 후 3년내 퇴사... 쉬운 해고 위한 '노동개악' 필요한가?
한편, 근속연수에 따른 퇴사 인원을 살펴보면 쉬운 해고를 위한 정부의 노동개혁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고 졸속으로 추진한 정책인지 알 수 있다.
한 해 퇴사하는 562만명 중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인원은 493만명으로 전체의 87.7%에 이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체 퇴사 인원의 62.0%인 348만명이 입사 후 1년이 되기 전에 직장을 잃는다는 사실이다.
연령대별 퇴사 인원을 보면, △20대 이하 163만명 중 95.8%인 156만명은 3년 미만에 퇴사를 경험하게 된다. △30대는 143만명 의 83.9%인 120만명 △40대는 116만명의 84.9%인 98만명 △50대는 87만명의 83.9%인 73만명 △60대 이상은 54만명의 85.8%인 46만명이 3년 내에 퇴사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임금근로자의 고용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개악'으로 불러도 전혀 무리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고용불안으로 인해 숙련된 근로자를 점점 더 노동시장에서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5.6년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5년으로 우리나라의 2배에 가깝다.
홍 의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고용이 안정된 숙련된 근로자와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정부와 최경환 부총리는 재벌대기업의 이익만을 보장해주는 '노동개악'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