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현대중공업 노조(이하 노조)가 잇따른 무리수를 던져 업계 안팎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일과 5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주식과 부동산 매각을 통한 차익금으로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매도 가능 금융자산 규모는 4조5226억 원에 달한다”면서 “이 중 현대오일뱅크 주식가치(장부가액)가 2조9547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이는 영업과 무관한 자산이며 매각 가능한 부동산 자산만도 5797억 원이나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회사 측의 차입금 증가로 인한 임금인상 불가론에 대해서도 “차입금 증가는 적자 때문이 아니라 현대오일뱅크나 현대상선 같은 회사영업과 무관한 자산을 인수하는데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지난달 16일 정몽준 대주주의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에 발맞춰 오는 18∼24일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투쟁단을 파견한다고 경고한 상태다.
노조 입장에서의 매년 진행하는 임·단협은 한 해 농사와 같다. 노동자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노조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파업 등 여러 카드를 꺼내놓는다. 하지만 이번 자산매각을 통한 임금인상 주장과 투쟁단 파견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 측이 주장 중인 사내유보금을 통한 임금인상에 대해 “사내유보금은 현금비중이 작고, 상당액이 시설 등에 투자된 상태”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노조 주장을 두고 ‘가세가 기운 집안 자녀들이 가구나 가전제품 등을 팔아 용돈 올려달라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 투자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기업 운영을 너무 부정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 같다. 투자자금을 빼 월급을 올려주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 확산에도 노조가 무리수를 던지는 데 대해 조선업계는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둔 만큼 성과가 필요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10월 말 집행부 선거를, 11월 중에는 대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현 집행부 입장에서는 정병모 위원장의 재출마와 당선을 위해서는 일정의 성과가 있어야 하는 만큼 무리수를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돌출행동이 잦아지면서 조선업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한 정상적인 노조활동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조선업계의 대규모 적자에도 임금인상을 주장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면서 “노조는 (대의원 선거 등) 성과를 내기 위해 무책임하고 무리한 주장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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