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밀’, 당신이라면 내 가족의 살인자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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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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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간의 스포일러성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관람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영화 '비밀'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올해 초 경기도 안산시 인질 살해사건 현장검증을 하던 도중 피의자 김상훈은 주민들의 비난에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김상훈은 아내 A씨의 전(前)남편 B씨를 살해하고 그의 동거녀를 위협했으며 뒤늦게 귀가한 딸 2명 중 작은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A씨의 아들이 “왜 엄마를 괴롭히냐”고 하자 “네 엄마 데려와”라고 말해 경악케 하기도 했다. 김상훈의 행동은 충격 그 자체였다.

영화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제작 영화사도로시 SH기획)은 살인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출소한 신지철(임형준 분)은 전 아내(이은정 분)를 찾아갔다. 딸 기정(아역 최유리 분)이의 생일이라 선물까지 찾아갔지만 아내는 문전박대를 했다.

가족마저도 피하는 신지철은 택시를 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택시에 탄 승객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만을 미친 듯이 풀어놓는 신지철. 어느날 듣다듣다 화가 난 한 여성 손님이 “당장 차 세워”라며 “운전 똑바로 해. 재수 없는 새끼”라고 하자 연쇄살인을 시작한다.

훈남 남철웅(손호준 분)은 아름다운 피앙새 강유신(서예지 분)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결혼식에 쓸 반지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철웅과 고향으로 향하던 유신은 옆에서 꿈 이야기를 했다. “당신이었는데 아주 작은 꼬마아이로 바뀌어 있었다”고. 그러나 운전 중이던 철웅은 유신의 이야기를 흘려 듣고, 유신은 “내가 귀찮은 거야?”라고 묻고 연인들의 흔한 레파토리로 이어졌다. “내가 잘 못했어”에서 “자기가 뭘 잘 못했는데. 차 세워. 내려줘”라는.

결국 철웅은 유신을 국도변에 세워두고 가버린다. 뒤늦게 유신을 찾아 돌아온 철웅. 그 시간 유신은 신지철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사진=영화 '비밀' 스틸컷]

이튿날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유신을 본 가족들은 오열했다. 유신의 아버지(남일우 분)는 철웅의 멱살을 잡았고, 유신의 어머니(이경진 분)는 철웅의 따귀를 때렸다.

강력반 베테랑 이상원(성동일 분) 형사는 CCTV를 확인한 결과 신지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정이의 집 앞에서 잠복근무를 서기 시작했다. 신지철은 늦은 밤 몰래 문을 따고 들어와 기정이의 얼굴을 쓰다듬다 잠에서 깬 기정이의 엄마를 구타하기 시작했고, 기정이는 낮에 받은 상원의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상원이 들이닥치고 몸싸움을 벌이던 중 떨어진 총을 기정이가 잘못 쏴 기정이의 엄마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원은 아무도 모르게 기정이를 데려가 정현(김유정 분)이로 키웠다. 10년이 지난 어느날 정현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철웅.

10년 동안 신지철에 대한 복수만을 꿈꾼 철웅은 정현이가 신지철의 딸이란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한편, 신지철 사건 해결 10주년을 기념해 특별 취재 중인 김기자(진경 분)는 끈질기게 상원을 따라다니며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상원은 정현이에 대한 비밀이 들킬까봐 이를 거절한다.

‘비밀’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흥미로운 설정이 영화제에 러브콜을 받게 했다.

영화는 초반 깊은 몰입감을 보인다. 특히 짧지만 굵은 임형준과 이은정, 아역 최유리의 연기가 기대감을 높인다. 성동일과 김유정, 손호준 역시 일품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액션신이다. 매끄럽지가 못하다.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느껴지지만, 마치 리허설 장면을 보는 기분이 든다.

스토리 자체는 매우 흥미진진한 스릴러이지만 대사가 오그라든다. 박은경, 이동하 감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용서와 복수, 살인사건 이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우 시적이고 장엄한 대사들로 채웠다.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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