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전면전이 시작됐다. '정국 뇌관'으로 급부상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면돌파' 선언과 촛불집회 카드를 꺼내든 범야권의 '광장정치'의 충돌로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예고했다. 극심한 진영논리 속에서 한국 사회를 두 쪽으로 가른 국정화 정국이 '대국민 여론전'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사진제공=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전면전이 시작됐다. '정국 뇌관'으로 급부상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면돌파' 선언과 촛불집회 카드를 꺼내든 범야권의 '광장정치'의 충돌로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예고했다. 극심한 진영논리 속에서 한국 사회를 두 쪽으로 가른 국정화 정국이 '대국민 여론전'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승부는 예단할 수 없다. 일단 박 대통령은 27일 국회 예산 시정연설에서 "역사교육의 정상화는 사명"이라며 '비타협 원칙'을 고수했다. 정권 초기부터 내세운 '비정상의 정상화' 전략을 끄집어낸 것이다.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 의혹으로 한층 격앙된 새정치민주연합은 야권의 마지막 수단인 '촛불집회' 카드로 맞섰다. 당·정·청과 야권이 '치킨 게임'을 택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활성화법 등의 처리가 안갯속 국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與, 朴대통령 방어선 구축…‘황우여 경질론'까지
새누리당의 전략은 '방어선' 구축이다. 여당은 이날 교육부 산하 국정화 TF팀을 급습하고 촛불집회 카드를 택한 야권에 총공세를 펴면서 박 대통령을 총력 지원했다. 국정화 반대여론이 날로 거세지는 과정에서 '단단한 지지대'를 만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국정화 산성'이다.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을 향해 "국회 품위를 우리 스스로 떨어트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야당 행태에 숨 막히는 갑갑한 심정"이라고 가세했다. 4대(공공·노동·교육·금융)부문 개혁 등 국정동력을 끌어올릴 때마다 나온 '당·정·청 공동운명체론'을 온몸으로 시위한 것이다.
급기야 '황우여 경질론'까지 재차 불거졌다. 김 대표는 이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경질론에 대해 "그런 주장이 나올 만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강경파 내부에서 제기된 '황우여 경질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에 황 부총리는 같은 날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1월 말부터 교과서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황 부총리 역시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친박계 내부도 '매파(강경파)'와 '비둘기파(온건파)'로 분열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비박(비박근혜)계란 한계를 지닌 김 대표는 정치적 사안마다 스탠스를 달리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계파간 자중지란에 따른 여권발(發) 난맥상으로 민심의 역린(逆鱗)을 건드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국회 본청. 박 대통령은 27일 국회 예산 시정연설에서 "역사교육의 정상화는 사명"이라며 '비타협 원칙'을 고수했다. 정권 초기부터 내세운 '비정상의 정상화' 전략을 끄집어낸 것이다.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 의혹으로 한층 격앙된 새정치민주연합은 야권의 마지막 수단인 '촛불집회' 카드로 맞섰다. 당·정·청과 야권이 '치킨 게임'을 택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활성화법 등의 처리가 안갯속 국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野, 1년여 만에 '촛불집회'… 투쟁 장기화는 부담
이에 맞선 야권의 전략은 '저지선 구축'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새정치연합이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것은 지난해 8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거리에 나선 이후 처음이다. 앞서 야권은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정국을 강타한 2013년 7월에도 광장정치로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그저 '상황 탓', '남 탓'만 했다"며 "국정화 강행을 중단하고 민생을 살리기에 전념해 달라는 국민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혹평했다.
새정치연합은 당분간 시민사회단체와 연대전선을 펴면서 국정화 저지 동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에는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 내부에서도 국정화 반대여론이 심화되고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 이른바 '여권 갈라치기'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투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특히 '국정원·세월호' 정국 당시에도 야권은 '거리투쟁→국회 보이콧→졸속심사·부실예산' 등의 책임론으로 '국정 발목잡기' 덫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야권 내부에서 국정화 투쟁 수위를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 간 극한대립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정화 정국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대치정국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야권의 반발이 현실화된 만큼, 향후 국정화 정국은 대국민 여론전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장을 둘러보고 굳은 표정으로 내려오고 있다.[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