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는 장원삼, 김상수, 이지영 등 많은 선수가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 가운데 장원삼은 얼굴 아랫부분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수염을 기르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와 함께 정규시즌부터 쭉 수염을 길러온 삼성의 '원조 털보'인 투수 타일러 클로이드는 이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클로이드는 "그들이 수염을 기른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며 "나한테는 일 년 내내 '면도 좀 하라'며 수염 기르는 것을 방해하더니... 나는 그들에게 면도를 그만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신기해했다.
선수들의 수염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임하는 결연한 각오의 표현일 수도 있다. 올해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원정 도박 파문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핵심 투수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엔트리에서 제외돼 여느 때보다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클로이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다하는데만 집중하려고 한다.
선발진으로서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지 않다"며 "그들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여전히 나가서 이겨야 한다. 나가서 싸워야 하고, 쉽게 무너질 수는 없다. 포기하려는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펜이 준비돼 있다. 7∼8명의 선수가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선발투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모든 부담감을 떨치기를 바란다. 나가서 공을 던질 뿐, 우리 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걱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 상대가 정해지기까지 약 3주일간 경기를 하지 않았어도 연습경기와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장 등판해서 추가로 110구를 던질 수 있을 것만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