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프랜차이즈업계 미다스의 손', '한국의 제빵왕'.
동네 빵집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허영인 회장의 경영 능력이 28일 창립 70주년을 받아 재조명 받고 있다.
SPC가 하루에 생산하는 빵은 약 1000만개다. 한국인 5명 중 1명은 매일 이 회사가 만든 빵을 먹는 셈이다.
허 회장은 제조업 수준에 머물러 있던 국내 제빵 산업에 서비스와 지식산업을 접목시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발전시켰다. 특히 국내 제빵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서양 음식으로만 여겨지던 빵에 한국 고유의 식문화와 SPC만의 독특한 개성을 더해 세계에서 유일한 베이커리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빵의 본고장∙미식의 나라로 유명한 프랑스에 당당히 진출해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고 제빵 국가인 프랑스인들의 빵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제빵 선진국 기업조차 프랑스 진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성공시켰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도 한국 베이커리의 파리 진출에 주목할 정도다.
이는 허 회장이 경영에 뛰어든 지 45년, 프랑스풍의 정통 베이커리를 표방하며 '파리바게뜨'를 만든 지 26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빵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향해 묵묵하게 걸어온 결실인 셈이다.
특히 프랑스 빵의 상징인 '바게트'는 하루 평균 700~800여개씩 팔려나가며 까다로운 입맛의 프랑스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현지에는 없는 파리바게뜨만의 '베이커리 카페' 콘셉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 평균 매출액은 국내 매장의 3배가 넘을 정도로 성과도 좋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현재 파리 도심에 2호점도 운영 중이다.
파리바게뜨가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은 허 회장의 품질경영과 적극적인 R&D 투자에 있다.
허 회장의 맛과 품질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제과제빵에 대한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미국제과제빵학교(AIB)에 유학하며 이론과 기술을 습득했다. 지금도 제품이나 점포를 스스로 점검하는 현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허 회장의 철학으로 SPC는 1983년 국내 제빵 업계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2012년에는 각 계열사별로 분리해 운영하던 연구개발 조직을 통합해 '이노베이션 랩'을 출범했다.
이노베이션 랩을 중심으로 SPC가 지난해 연구개발에 투자한 규모는 500억원에 이른다. 이곳에서 매월 평균 50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여러 단계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엄선된 일부의 제품만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
허 회장은 '나눔은 기업의 사명'이라는 신념을 강조하며, 사회공헌과 공유가치창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공유가치창출(CSV)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허 회장은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전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보유한 '그레이트푸드 컴퍼니'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10만개 이상 창출해 세계 시장이 우리 청년들의 일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와 인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연구개발(R&D) 분야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육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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