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의 북극항로 개척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방위적 신(新)밀월 관계를 구축한 러시아 및 새로운 경제파트너로 떠오른 유럽과의 교류확대속에서 중국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북극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북극항로 개척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지만,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인프라, 거대한 원자재 물동량 등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다.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인 중국이 자력으로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할 경우, 세계 경제의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정부 또한 '대양 강국'이라는 구호하에 북극항로 개발을 강조하며 기업을 독려하고 있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현실적 한계에 직면한 기업 입장에서 북극항로 개척은 아직까지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무모한 도전'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 중국, 정부 지원 속 '황금 운하' 개척 본격화
지난 2013년 코스코 소속 다목적선인 융성(永盛)호는 중국 최초로 다롄(大連)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로 가는 북극해 선박운항에 성공했다. 이어 융성호는 이달에도 스웨덴 바르베리 항구에서 톈진(天津)항으로 돌아오는 55일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코스코를 비롯한 중국 업계는 북극항로를 중국 무역을 위한 '황금운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융성호의 뱃길을 기준삼아 항로를 단축시키고,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 수를 늘려나가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자국 국영업체에 대한 자금적 지원외에 '동북진흥전략'을 통한 새로운 북극해 항로개척 전략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빙 가속화로, 2030~2040년 북극항로의 완전한 개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말라카해협과 수에즈 운하를 거쳐가던 기존 항로 보다 약 32%의 거리 단축효과가 있고, 자원개발 등 측면에서도 거대한 경제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은 성장가능성만큼 리스크가 큰 북극항로 개척에 과감히 뛰어들고 있다.
◆ 수많은 한계에 봉착해 '손 놓은' 한국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수년간 북극항로를 겨냥한 과감한 시도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한국 선사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 시범운영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조선업계 최초로 얼음을 깨고 운항하는 '쇄빙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에 성공해 현재 건조중인 상태다. 올들어서는 CJ대한통운이 국적선사 가운데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상업운항을 개시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북극해 개발과 북극항로 참여를 박근혜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 중 13번째 과제로 꼽고 있다. 북극항로 개발은 박 대통령의 국정 아젠다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맞닿아 있어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수많은 난제에 봉착한 기업들은 선뜻 북극항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선 기업이윤 측면상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북극항로 운항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하나, 한국 조선업계는 북극 극동에서 유럽 노선까지 수송되는 물량이 많지 않다. 아울러 이 항로를 통과하는 화물은 대부분 원자재로 벌크선 운송으로 한정되는 만큼, 컨테이너선 운용이 주류인 한국 업계 실정상 한계점이 있다.
여기에 쇄빙선 비용, 터미널 구축, 안전성 문제, 운항 기후조건 등 섣불리 뛰어들기에는 리스크도 크다. 물론 이같은 한계점은 중국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중국은 원자재 수입이 많은 데다, 다양한 인프라 등을 갖추고 있다. 코스코의 경우도 컨테이너선이 다수지만, 벌크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 모두가 북극항로 개척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있어야 진척이 가능한 데다, 현재 한국업계 특성상 리스크도 커 섣불리 시도하기 어렵다"면서 "단 북극항로는 장기적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지역이 될 전망인 만큼, 우리나라도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청사진을 지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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