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 별빛 찾아서…거대마젤란망원경 구축 첫삽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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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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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카네기재단 천문대, 호주천문재단 등 4개국 11개 기관이 참여한 ‘거대마젤란망원경재단’(GMTO)이 11일(현지시각) 오후 칠레 수도 산티아고 북쪽 600여㎞ 지점에 있는 아타카마사막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열린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기공식에서 미첼 바첼라트 칠레 대통령 등이 망치로 바위를 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사진=천문연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천문연구팀이 태초의 별빛을 찾기 위한 세계 최대 망원경 건설에 첫 삽을 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11일(현지시간) 칠레 아타카마사막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미국 카네기재단 천문대, 호주천문재단, 브라질 상파울로 연구재단 등 4개국 11개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기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GMT는 반사경의 직경이 25.4m에 이르는 세계 최대 망원경으로 빅뱅 초기의 우주와 태양계 바깥의 외계행성 탐색 등 연구에 쓰인다. 2021년 초기 운영에 들어가 2020년대 중반에 본격 관측을 하게 된다.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0대 더 선명한 영상을 얻어 초기 우주의 생성 과정이나 암흑에너지의 정체 등을 밝히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이날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 마련된 축구장 3개 크기의 기공식 현장에는 망원경 터를 제공한 칠레의 미첼 바첼라트 대통령과 GMTO 임시총장인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패트릭 매카시 박사를 비롯해 GMTO 이사인 찰스 알콕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소장 등 4개국 GMT 관계자와 취재진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GMTO 이사인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과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형목 한국천문학회 회장(서울대 교수), 박영득 천문연 선임본부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바첼라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많은 기공식에 참가해봤지만 대부분 빌딩, 교량, 시설 등을 건설하는 행사였다. 이번 기공식이 특별한 이유는 무한한 지식의 문을 여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칠레 국민을 대표해 GMT 연구사업에서 큰 성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패트릭 매카시 임시총장은 “GMT가 완성되면 우리는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주는 빅뱅 이후 전자·양자·광자의 칵테일 속에서 38년 만에 광자 곧 빛이 빠져나오기 시작했으며 4억년께 별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GMT는 현재 우리의 관측 한계인 빅뱅 후 10억년 시기를 최초의 별이 탄생한 4억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GMT, 1조원 투자되는 대형 국제 프로젝트…韓, 해마다 한달간 독점 사용권

GMT사업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전체 1조원이 투자되는 대형 국제 프로젝트이다. GMT사업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해 미국 하버드대, 스미소니언 국립천문대, 카네기재단, 애리조나대, 텍사스 오스틴대, 텍사스 에이앤엠(A&M)대, 시카고대, 호주천문재단 등 11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망원경이 완공된 뒤 해마다 한달간 독점 사용권을 갖는다.

라스 캄파나스산 정상(해발 2550m)에 세워질 GMT는 직경 8.4m의 주경 7개와 1.06m의 부경 7개을 연결해 제작된다. 주경 6개를 구멍이 뚫린 나머지 주경 1개를 둘러싼 꽃잎모양으로 배치된다. 빛을 들어오는 방향으로 반사하는 ‘정축’이 아니라 위쪽의 부경 쪽으로 꺾어 반사하도록 ‘비축’으로 돼 있다.

주경에서 반사된 빛은 부경에서 다시 비축으로 반사돼 가운데 주경의 중앙에 뚫린 구멍으로 모아진다. 이 빛을 분석해 우주를 탐사하는 것이 GMT의 목적이다. 완성된 망원경의 직경은 25.4m, 높이는 35m, 무게는 1100t에 이른다. 망원경을 둘러싸고 있는 원통형 돔은 그 너비가 55m, 높이가 50m에 달해 22층 건물과 맞먹는다.

1장의 무게가 17t인 주경은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 있는 애리조나대 스튜어트천문대의 리처드 F. 캐리스 미러랩에서 제작하고 있다. 거울 형체를 제작하는 데만 1년이 걸리고, 거울 표면을 정밀하게 연마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다시 3년이 걸린다.

박병곤 단장은 “거울 표면의 정밀도는 2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다. 머리카락 두께의 1000분의 1 정밀로도 가공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유하자면 제주도 한라산을 깎아 편평하게 만드는데 높이 차가 1㎜ 이내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GMTO는 2021년까지 4개의 주경을 완성해 초기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012년에 주경 1개를 완성했으며, 현재 3개의 주경이 순차적으로 제작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GMTO와 부경을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한국천문연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고등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은 2009년부터 지난 해까지 GMT 부경제작을 위한 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부경 샘플을 개발한 바 있다.

◆ 우주 초기 모습 찾아서

세계천문학계가 GMT 건설에 나서는 이유는 좀더 선명한 우주 영상을 얻어 초기 우주 모습이나 우주를 가속팽창시키고 있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우주의 팽창, 초신성 등 숱한 우주의 비밀을 알려준 허블망원경의 지름은 2.4m이다.

GMT는 허블망원경에 비해 집광력은 100배, 분해능은 10배다. GMT의 ‘시력’은 허블에 비해 1000배 높은 셈이다. 달에 켜진 촛불 하나를 볼 수 있고, 400㎞ 밖에 있는 동전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지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인 미국 하와이의 켁(Keck)망원경도 지름이 10m에 불과하다.

허블망원경이 지금까지 찍은 영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우주는 약 130억년 전의 것이다. GMT는 이 ‘허블 울트라 디프 필드’(HUDP) 이전 곧 빅뱅 직후 우주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줄 것으로 천문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칠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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