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올해 유통업계 최대 이슈였던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4곳의 주인이 확정됐다.
기존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던 소공점은 그대로 롯데가 수성한 반면 월드타워점 몫은 신규 사업자인 두산에게 넘어갔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워커힐면세점도 신세계가 따냈고, 부산 신세계면세점은 그대로 신세계가 차지했다. 충남지역 신규 면세점 특허는 디에프코리아가 가져갔다.
이번 특허 사업자 결정으로 국내 면세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액 순으로 롯데 소공점이 1조9763억원(점유율 45.4%), 신라면세점이 1조1521억원(26.5%), 롯데 월드타워점 4820억원(11.1%), 동화면세점 2919억원(6.7%), 워커힐면세점 2747억원(6.3%), 롯데 코엑스점 1732억원(4%) 순이다.
하지만 롯데가 이번에 월드타워점을 빼앗겨 점유율이 45%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게다가 소공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신세계 면세점이 생겨 매출 하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오는 12월 HDC신라면세점(용산)과 한화면세점(여의도), SM면세점(종로)이 문을 열고 동대문의 두산 면세점이 잇따라 개점하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3강(롯데·신라·신세계), 3중(HDC신라·한화·두산) 2약(동화·SM)의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된다.
◆ 남대문·동대문 시장 '면세점 시대' 개막
이번 면세점 심사 결과 최대 수혜자는 서울 입성을 일궈낸 신세계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면세사업에 뛰어든 두산이다. 반면 롯데는 국내 3위 점포인 롯데월드점을 내주면 자존심을 구겼고, SK는 23년 만에 면세사업을 접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특허 사업자 심사 결과는 '입지'와 '명분'으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심사위원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니즈에 부흥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외국인 방문객 1, 2위 지역인 명동과 동대문을 지목한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신세계는 '도심관광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고 명동 인근에 또 하나의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심사위원들이 받아들였다. 신세계는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을 리뉴얼해 한국판 '트레비 분수'로 만들고 남대문시장을 한류 먹거리 특화거리와 도심 야시장으로 개발하겠다는 등의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 7월 신규 면세 사업자 선정 때도 거론됐던 동대문에도 새로운 면세점이 들어서게 됐다. 두산은 동대문 면세점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했다. 현재 서울 도심(롯데 소공점, 동화면세점), 용산(HDC신라), 여의도(한화갤러리아), 장충동(호텔신라) 등에 시내면세점이 있지만 정작 명동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동대문에는 면세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산 측은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세워 '서울 제2의 허브 관광지'로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두산은 면세점이 들어서면 '낙수효과'가 나타나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지출 규모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고, 면세점 입점 이후 5년간 동대문 지역으로 신규 유치되는 관광객이 13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 롯데·SK의 탈락 원인은 내홍과 입지, 매출 부진
신세계와 두산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성공했지만 롯데와 SK는 된서리를 맞았다.
롯데의 경우 올해 초만 해도 면세점 운영 능력이나 규모 면에서 보면, 재승인이 무난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7월 말이후 불거진 총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돌발 변수로 작용했다.
국내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독과점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연간 매출 2조원대의 소공점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지난해 5000억원대 매출의 알짜인데다 그룹이 상징인 롯데월드타워의 면세점을 내주고 말았다.
SK는 워커힐면세점을 지난 23년 동안 운영해 온 능력을 내세우며 재승인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 했다. 면세점 운영법인인 SK네트웍스는 워커힐과 동대문을 거점으로 서울-경기-강원을 연계해 연간 187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이스트 서울·이스트 코리아' 관광벨트 조성 계획을 밝혔었다.
그런데도 워커힐점이 서울 동쪽 끝에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난해 매출이 2747억원에 불과해 중소·중견 면세점인 동화면세점(2919억원)에도 뒤처진 것 등이 감점 요인이 됐다. SK는 워커힐의 매출 성장률(46%)이 다른 시내 면세점 성장률(23%)의 두 배라며, 현재 진행 중인 새단장 작업이 끝나면 올해 말께 면적이 1만2383㎡(3746평)까지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끝내 심사위원 설득에는 실패했다.
◆ 면세점 후폭풍 재현 우려…탈락 기업 내년 신규 특허에 기대
이번 만료 분 면세 사업자 선정에도 후폭풍은 우려되고 있다.
지난 7월 면세점 신규 특허 심사 당시 정보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져 곤욕을 치렀던 관세청은 이번에 외부 경비용역 업체까지 동원하며 보안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최종 심사 결과에서 면세점 운영 능력이 없는 두산이 선정된 것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관세청이 밝힌 사업자 평가 기준은 5개 항목에서 1000점 만점이었다. 그중 가장 높은 점수인 관리 역량(300점)에서 두산은 사실상 '0점'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에서도 두산의 실적은 미미하고 계획만 있었다.
나머지 △지속 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 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이 참여 기업 대부분 비슷한 것으로 봤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와 SK는 물론 7월 신규 면세점에 나섰다가 탈락한 현대백화점그룹, 이랜드, 유진기업 등은 내년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시내면세점에 다시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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