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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대한민국 제 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병으로 22일 0시 22분에 서거했다. 사인은 패혈증과 급성신부전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병희 서울대병원 병원장은 새벽 2시 브리핑을 통해 "고(故)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낮 12시경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고열로 입원한 후, 21일 오후 중환자실로 이송해 치료를 시작했으나 상태가 악화되면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오 병원장은 "현재로선 허약한 전신상태에 패혈증과 급성 신부전증이 겹쳐 발생한 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된다"면서 "고인은 과거에 반복적인 뇌졸중과 협십증, 폐렴 등으로 수차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고열과 함께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상태가 악화된 김 전 대통령은 중환자실로 이송된 이후에도 상태가 점차 나빠졌다. 입원 당시에는 어느 정도 의식은 있었으나,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서거 당시 차남 현철(56) 씨 등 가족들이 곁을 지켰으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상도동 자택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조문을 온 김종필 전 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현철씨는 "너무 쉽게 가셨다"면서 "혈압이 80 아래로 떨어져 병원에 갔는데 이미 패혈증으로 독소가 온몸에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가 고인의 병세와 서거 당시 상황을 묻자 현철씨는 "2013년에 1년 반 정도 입원해 계실 땐 말씀을 좀 하셨는데 이후로는 필담을 포함해서 일체 대화가 안 됐다"면서 "이번에는 너무 급격하게 빨리 돌아가셔서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그는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중심정맥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이걸 잡는 과정에서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면서 "여기서 균이 들어가니 패혈증이 생겨서 3일만에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부터 크고 작은 뇌졸중을 앓아왔다.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는 반신불수를 동반한 중증 뇌졸중과 폐렴으로 입원하기도 했다. 오 병원장은 "동맥경화로 심장혈관이 막힌 부분이 있어 수 차례 시술을 받아왔고, 급성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88세인 김 전 대통령은 종종 서울대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고령인 데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오 병원장은 "3~4년간 제가 봐드렸지만, 워낙 고령인 데다 중증질환이 반복됐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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