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전화 상담원 등 감정노동자에 대한 인권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 홈쇼핑 업체에서 자사 전화상담사를 대상으로 인권 관련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거의 모든 상담사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심각한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NS홈쇼핑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콜센터 근무 중인 상담사 566명을 대상으로 인권 관련 설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응답자 중 욕설이나 폭언 고객을 경험한 상담사는 무려 96%에 달했다. 이중 42%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이런 경험을 하고 있으며 성희롱 고객을 경험한 상담사도 38%나 됐다는 것이다.
NS홈쇼핑으로 유입되는 전화는 월 평균 130만여건이나 된다.
이런 가운데 회사 측은 지난 2013년 상담사 인권보호를 위한 화이트 시스템(고객의 폭언 협박 등을 일삼는 블랙컨슈머 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문전화 75만건 외에 CS(고객서비스)전화 55만건 중 화이트 시스템 도입 후 1년이 된 지난해 성희롱·욕설·인신공격·폭언·협박 등을 일삼는 고객을 포함한 블랙컨슈머 고객은 연간 550여명 이었다. 하지만 2년이 된 2015년 현재 400여명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화이트 시스템’은 상담사를 상습적-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악성고객’에 대해 ARS 안내 멘트를 통해 상담사와의 ‘통화 불가’를 안내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성희롱·폭언·협박 등을 일삼는 블랙컨슈머에 대해서는 상담사 인권보호를 위해 경우에 따라 법적 조치까지 포함된 인권 보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상담사들은 ‘화이트 시스템 도입 이후 업무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32%가 ‘좋아졌다’고 답했으며, 악성고객이 차단되었다고 느끼는 상담사들도 18%로 조사됐다. ‘회사의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정도”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라는 답변이 2013년 51%에서 올해는 32%로 줄었다.
NS홈쇼핑 CCM(콜센터)본부 황성희 본부장은 “상담사 인권보호를 위해 블랙컨슈머 응대 매뉴얼 등을 지속적으로 보강하는 한편 상담사들의 권한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사외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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