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우체국 영업실적 도움 안 되는 고객은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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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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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우체국이 우편사업이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기이한 행태를 보인다.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뒤로한 채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우체국 직원이 고객을 상대로 보험 가입을 강요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퇴짜를 놓는 사례까지 발생한다.

최근 평택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0)는 지난달 말 실손의료비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청북우체국을 방문했다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퇴짜를 맞았다. 실손의료비보험은 병원과 의원,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보험으로 줄여서 실손보험이라고 한다.

김 씨의 문의에 청북우체국 측 관계자는 암보험 외 기타 보험을 같이 묶어서 가입하지 않으면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씨가 단독으로 가입할 수 있다고 재차 문의했으나 청북우체국 관계자는 단호히 안된다며 거절을 했고, 다시 알아봐 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다른 청북우체국 직원까지 나서서 '절대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놨다.

김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청북우체국을 뒤로하고 10km가량 멀리 떨어진 현화우체국을 방문했다. 어찌된 일인지 현화우체국 관계자는 청북우체국과는 다르게 보험을 묶어서 가입해야 한다는 제의도 하지 않았으며, 10분 만에 실손보험 가입을 해줬다. 현화우체국 관계자는 보험에 관한 약관 등을 김 씨에게 설명해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이에 대해 우체국 관계자는 "모든 우체국이 보험 단품 가입을 받고 있다"면서 "만약 해당 우체국이 결합을 요구해 보험 단독 가입을 거부했다면, 그것은 해당 우체국의 계약금액 실적 때문일 것"이라 설명했다. 보험상품을 결합해 판매하면 계약단가가 올라가 실적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청북우체국 관계자는 실적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거짓부렁으로 고객을 외면한 셈이다. 김 씨는 너무나도 어이없고 황당해 청북우체국에 대한 쓴소리를 평택우체국 게시판에 올렸다. 며칠이 지나서야 청북우체국 측은 김 씨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고, 시정을 약속하며 게시한 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청북우체국과 같은 행태는 3500개에 달하는 우체국 가운데 극히 드문 사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우체국이 국민의 변함없는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만큼 자만하지 않고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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