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장르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펀치'로 힘차게 을미년의 문을 열더니 드라마 장인으로 꼽히는 안판석 감독·정성주 작가의 '풍문으로 들었소', 동사 히트 사극 '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퀄 '육룡이 나르샤', 2015년 지상파 월화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미세스 캅', 2013년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넘긴 지상파 평일 드라마가 된 '용팔이'까지 줄줄이 히트시켰다. 수려한 연출력과 세밀한 연기력으로 막장 소재를 명품으로 승화시킨 '애인있어요'는 낮은 시청률에도 호평을 끌어내며 전멸했던 SBS 주말드라마에 훈풍을 불러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기대상'을 앞둔 SBS 드라마국의 고민은 어느 때보다 깊다.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전체 회차 중 70% 이상 방영한 드라마에서 50%로 낮아지면서 '육룡이 나르샤'와 '애인있어요'까지 이름을 올렸다. 영화 '베테랑' '사도'로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어 버린 유아인,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하는 김명민에 '대상 후보 등록 탄원서'까지 등장한 김현주가 가세해 고민의 깊이를 더한다.
최근작뿐이랴. '펀치'에서 시한부 환자 연기를 위해 식사도 거르면서, 더러운 욕망을 서럽게 연기해낸 김래원과 타락한 권력자라는 흔한 캐릭터에 새로운 연기 패러다임을 제시한 조재현 역시 강력한 후보다.
최고 흥행작 '용팔이'도 빼놓을 수 없다. 주원은 속물이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복합적 캐릭터를 단숨에 연기해내며 '용한' 흥행보증수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여배우의 활약도 빛났다. '애인있어요'는 도해강과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는 물론, 도해강의 기억상실 전후까지 연기하며 1인 4역을 해내고 있는 김현주의 원맨쇼가 된 지 오래다. '미세스 캅'의 김희애는 상징으로 여겨졌던 번쩍거리는 물광화장을 지우고 맨얼굴에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흙바닥을 구르는 여형사로 변신해 시청자를 열광하게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