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열린 123층, 세계 5위 높이(555m)의 롯데월드타워 상량식에는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찰이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가끔씩 제2롯데월드에 나타나던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롯데월드타워는 전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지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다. 롯데그룹은 월드타워에 대해 '신격호의 꿈', '신격호의 숙원사업'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 왔다.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상량식 축사에서 "모든 열정을 쏟으신 아버님 신 총괄회장께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며 롯데월드타워를 아버지의 업적으로 돌렸다.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은 이날 "총괄회장 비서실(신동주 측)은 롯데그룹으로부터 상량식 등에 관해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으며, 이에 따라 총괄회장 참석 여부는 계획된 바 없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상량식에 참석하냐는 기자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일일이 답변하기 힘들어 단체 문자와 이메일을 보낸 것이겠지만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신 전 부회장 측의 보호를 받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신 회장과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깊은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신 총괄회장은 외견상 신 회장의 반대편에 서 있다.
당장 23일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제기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세번째 심리가, 25일에는 일본 법정에서 '신 총괄회장 해임 무효소송' 심리가 예정돼 있다.
롯데그룹은 1996년 이후 신 총괄회장이 공식 행사에 참석한 일이 없기 때문에 상량식에도 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연 경영권 다툼이 없었다면 숙원사업의 잔칫날 주인공이 참석하지 않았을지 의문이다.
올해가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이 빨리 끝나기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내년 말 롯데월드타워 완공식에는 삼부자가 모두 참석해 나란히 서서 축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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