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동국제강이 주택경기 개선에 힘입어 주력제품인 냉연강판 및 철근제품 판매 호조에도 좀처럼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판산업 부진 장기화와 브라질 고로사업 우려 등이 이유로 최근 국제종합기계를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인 럭스틸(Luxteel)이 올해 판매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연간 예상 판매량은 8만t으로 이를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동국제강의 주력제품인 철근과 냉연강판 판매도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77억원으로 전년동기(-177억원) 대비 539%가 증가했으며 2분기 대비로도 44%가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럭스틸 판매량은 연간 50%씩 성장해 가고 있고 냉연 및 철근판매가 그간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다”면서 “내년에도 긍정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익증가에도 시장에서는 불안요소가 다수 상존해 있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9일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후판부문 경쟁력 저하로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고 △브라질 CSP투자관련 재무리스크 △후판 및 부동산 둔화 가능성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불확실 △보유 자산 감소로 인한 유동성 대응력 저하 등을 이유로 꼽았다. 즉 현재의 영업환경 개선이 내년에도 지속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한 상환부담이 크다는 점이 리스크라는 것이다.
현재 동국제강은 철강사업 역량집중을 위해 농기계 제조 계열사인 국제종합기계를 매각하고, 그간 사업성이 저하된 후판사업부를 당진으로 집중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컬러강판에 이어 코일철근 시장 진출 및 브랜드화 전략을 내세우며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본격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팔 수 있는 자산은 다 팔고 주력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동국제강의 행보 중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장세주 회장의 부친인 고(故) 장상태 명예회장이 1985년 인수한 국제종합기계의 매각이다. 농업에 대한 애착이 높았던 장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 장세주 회장도 회사 경영에 집중한 바 있으나 내수시장 위축 등으로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도 불구, 2011년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됐다. 이후 수출 판로 개척 등을 통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 연속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선 상태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작업 중 성공사례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국제종합기계는 동국제강이 지분 50.82%로 최대주주, KDB산업은행이 28.62%로 2대주주다. 매각대상은 국제종합기계 지분 100%다.
동국제강의 정상화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철강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브라질CSP가 정상 가동돼 슬라브를 조달받는다 해도 조선 등 후판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업종의 개선과 주태시장 호조세가 장기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동국제강이 야심차게 진출한 코일철근시장의 경우도 주택경기 활황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수요는 답보상태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국내 기업 중 가장 수준높은 압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업황이 개선된다면 가장 먼저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업황개선이 늦어질수록 재무적 부담 등이 커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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