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란과의 외교 단절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단교 조치 하루만에 항공과 교역 등 민간 교류까지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또 다른 중동 수니파 국가들도 이란과의 단교에 동참하면서 중동 정세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교역 금지는 물론 사우디 국적자의 이란 여행도 제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항공 당국은 "정부의 단교 결정에 따라 이란으로 향하거나 이란에서 오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무슬림의 주요 성지 순례지인 사우디 내 메카와 메디나의 성지 순례(하지·움라)에 대한 통행은 허용하기로 했다. 무슬림의 의무인 성지순례는 보장한다는 점을 과시해 이슬람 발상지로서의 종교적 권위를 지키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에 대한 성지순례 비자 발급 수 제한 등 방식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도 이란과의 단교에 동참하면서 종파간 분열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바레인은 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발표하면서 자국에 주재하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안에 떠나라고 통보했다. 바레인은 국민의 70%가 시아파에 속하지만, 집권 지배층은 20%에 속하는 수니파에 속해 있다.
수단은 단교 선언과 함께 이미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기존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격하했다. UAE에서는 국민의 약 40%가 수니파에 속한다.
강력한 대이란 공세 조치가 이어지자 바레인과 이라크 바그다드, 나자프, 바스라 등 시아파 주민이 많은 곳에서는 격렬한 사우디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자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시아파 밀집 지역인 사우디 동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 내 불안감이 고조되자 국제사회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상호 비방을 자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적 약속과 직접적인 대화가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라며 "미국이 양측의 긴장완화를 위해 적극 독려하겠다고"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과의 단교 입장을 밝혔던 사우디 측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이란 측에는 이란 내 외국 공관 보호를 요구했다. 누만 쿠르툴무시 터키 부총리는 "중동에 심각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양국은 대치 상태에서 당장 물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터키는 수니파가 다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사우디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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