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달 만에 되살아난 악몽
중국 증시는 2015년 8월 바닥을 알 수 없는 속도로 추락했다. 당시 중국 인민은행이 사흘 만에 위안화를 4.7% 평가절하하자, 4000선에 육박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2주 만에 300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피가 1800선까지 무너진 것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도 요동쳤다.
새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앞둔 가운데 위안화가 추가 절하될 공산이 크다. 중국이 자본유출 압박으로 서둘러 위안화 환율 절상에 나섰지만, 시장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은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0일 "위안화 절하는 선진국보다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에 더 큰 악재"라며 "위안화 약세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2015년 8월처럼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다시 상기시킨 중국
미국 헤지펀드업계 거물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는 최근 "중국이 성장을 위해 위안화를 절하했고, 결국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며 "중국 당국 실책으로 경제가 위기에 이르렀고,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겪은 일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도 방송에서 "중국 증시 폭락으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에 수출하는 수많은 국가와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발 글로벌 증시 혼란은 한두 차례로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서킷브레이커(주식거래정지)를 비롯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새 제도에 시장이 격하게 반응했다"며 "자본시장 역사가 25년에 불과한 초보자가 내야 할 수업료"라고 말했다.
전 소장은 "미국이 제로금리로 주식시장과 경제를 살렸는데, 중국 역시 이를 따라하고 있다"며 "자본주의 초보인 중국이 과도기에 있는 만큼 증시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국제금융센터도 "중국 당국 조치에도 불안심리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증시가 한동안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등은 세계경기 선순환 진입해야
중국이 성장둔화에 빠지면서 살아날 것 같았던 글로벌 경기도 다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세계은행이 최근 내놓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2.9%로 불과 몇 달 만에 0.4%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런 우려로 국제유가도 연일 추락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석유수출국기구가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작아진 것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국제유가는 2015년 8월부터 가파르게 추락했고, 채권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하이일드채권은 2015년 11월 이후 증시보다 더 큰 유가 민감도를 보이면서 가파른 조정폭을 보였다.
코스피는 1700선까지도 조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각국 한계기업 연쇄부도와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시스템 위험 발생시 코스피는 1700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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