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노승길 기자 =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지 않고도 올해 정부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1%를 달성할 수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가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3.1% 달성을 자신했다.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의 ‘G2 리스크’로 흔들리며 3%대 경제성장률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은 발언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경제 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예측했지만 유 후보는 이 같은 분석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 후보는 “경제가 어렵고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매우 낮은 기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다”며 “재정도 아주 확장적이던 이전 기조와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노력하면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1% 달성을 위해서는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도 통과돼야 하는 게 사실”이라며 “야당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안팎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유 후보가 경제성장률 3.1% 달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오석, 최경환 두 경제부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훨씬 못 미쳤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 후보가 현실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구조개혁은 선거가 없던 지난해에도 진통을 겪으며 겨우 합의점을 도출해냈다”며 “야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자신감을 갖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유 후보자의 발언에 경직된 모습이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유 후보와 현 전 부총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동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친 부분도 같다.
기재부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당시 더딘 정책 의사결정과 인사 적체로 몸살을 앓았다. 행정고시 34회 이하 국·과장급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과장급 인력이 넘치는 이른바 ‘호리병 현상’으로 고생했다.
유 후보는 국토부 장관 재임 ‘8개월 동안’ 정책 결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 현장 답사나 직원 스킨십도 약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유 후보가 경제부총리로 얼마나 내부 살림을 잘 챙길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기재부는 주형환 1차관이 산업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공석인 상태다. 기재부 1차관은 일찌감치 내정된 분위기다. 유 후보가 경제부총리에 취임 후 모두가 예상한 인물을 1차관에 중용할지도 관심사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성향 중 하나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인재를 중용하는 것”이라며 “유 후보가 국토부 장관 재임 당시에는 짧은 기간이어서 별다른 인사를 하지 않았지만 기재부는 다르다. 경제부총리 취임 후 첫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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